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2024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는 양대 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수상이 확실한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와 애런 저지(양키스) 두 슈퍼스타들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1·2차전 두 선수는 LA와 뉴욕팬들이 바라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저지는 9타수 1안타에 그쳤고, 삼진을 6개나 당했다. 볼넷 출루도 없다. 오타니는 1차전 8회 말 타석에서 동점 발판을 만드는 2루타를 쳤지만, 그게 전부였다. 9타석에서 딱 1안타만 기록했다. 2차전에선 도루를 시도하다가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당해 '꿈의 대결' 기대감에 한껏 오른 야구팬에 우려를 줬다.
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이 1차전 끝내기 만루포 포함 2경기 연속 홈런으로 다저스 2연승을 이끌며 시리즈 MVP에 다가선 상황. WS가 열리기 전에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하이 클래스' 대결이 결과적으로 시리즈 품격을 더하는 데 기여한 모양새다. 바로 양키스 에이스 개릿 콜과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얘기다.
콜은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MVP 트리오(오타니, 프리먼, 무키 베츠)가 버티고 있는 다저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5회 키케 에르난데스에게 3루타, 윌 스미스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지만 구위와 완급 조절 능력을 두루 보여주며 다저스 타선을 압도했다. 양키스는 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가동안 불펜 대결에서 밀렸다.
2차전에선 올가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야마모토가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다저스 못지 않게 뜨거운 공격력을 갖춘 상대 타선을 6과 3분의 1이닝 동안 1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막아냈다. 초반에는 커브와 슬라이더 위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더니, 타순이 한 바퀴 돈 뒤에는 오히려 포심 패스트볼(직구) 승부로 밀어붙였다. 3회 애런 저지, 4회 지안카를로 스탠튼 두 거포를 각각 뜬공과 땅볼 처리한 결정구도 직구였다.
MLB 네트워크 데이터 전문가 사라 랭스에 따르면 WS에서 6이닝 이상 투구하면 1피안타 이하 투구를 한 투수는 야마모토가 역대 11번째라고 한다.
콜과 야마모토는 장기 계약 기준으로 투수 몸값 1·2위다. 콜은 2019년 12월, 총액 3억2400만 달러에 9년 계약했다. 역대 자유계약선수(FA) 투수 몸값 최고액이었다. 그리고 이 액수를 일본 리그를 평정했지만, MLB에서 1구도 던지지 않았던 야마모토가 지난해 12월 22일 3억2500만 달러(기간 12년)에 다저스와 계약하며 넘어섰다. 두 선수 모두 4000억원이 넘는 몸값을 받는 투수들이다.
다저스가 1·2차전을 잡고 우승 확률 84%를 잡았지만, 오타니의 부상이라는 큰 변수가 생겼다. 시리즈가 일정을 고려하면, 1차전 선발이었던 콜은 5차전, 2차전 선발이었던 야마모토는 6차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두 투수의 두 번째 WS 투구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비록 한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기록과 내용, 심지어 아웃카운트 1개와 공 1개가 집중되는 WS이기에 경쟁 아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