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최고의 별은 1~4차전 모두 홈런을 치르는 등 12타점을 올린 프레디 프리먼이었다. 그는 발목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출전을 강행, 다저스가 36년 만에 풀타임 시즌에서 WS를 제패하는 데 1등 공신이 됐다.
다저스 'MVP 트리오' 프리먼, 무키 베츠, 오타니 쇼헤이에 가린 '언성 히어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2)도 저평가할 수 없다. 그가 없었다면 다저스의 우승도 어려웠다.
에르난데스는 다저스가 우승을 확정한 31일(한국시간) 5차전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쳤다. 다저스는 0-5로 끌려가던 5회 초, 양키스 야수진의 연속 실책으로 만든 만루에서 개빈 럭스와 오타니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무득점에 그치는 듯 보였지만, 베츠의 평범한 땅볼을 투수 개릿 콜이 1루 커버를 들어가지 않아 주자가 살며 득점에 성공했다. 흔들리는 콜을 상대한 프리먼이 중전 안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여 추격 기세에 부채를 붙였고, 에르난데스가 이어진 상황에서 중전 2루타를 치며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 적시타로 다저스는 역전 발판을 만들었다.
에르난데스는 27일 2차전에서도 1-1 동점이었던 3회 말 양키스 선발 투수였던 카를로스 로돈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을 치며 이 경기 결승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WS에 나선 다저스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0.350)과 가장 많은 안타(7개)를 기록했다.
에르난데스는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으로 뛰었던 2020~2022 팀 메이트였다. 2021시즌에는 32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증명했다.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2023시즌을 보낸 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몇몇 구단으로부터 다년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다저스와 2350만 달러에 1년 계약하는 '의외의 선택'을 보여줬다. 그것도 850만 달러는 2030~2039년에 나눠 받는 조항을 넣었다. 실제 연봉은 1500만 달러였다는 얘기다.
다저스는 MVP 트리오가 정규시즌 내내 1~3번 타자로 나섰다. 에르난데스는 다저스의 화력 증폭 '키(KEY)' 타순이었던 4번으로 주로 나서 홈런 33개를 치는 등 그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WS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주축 타자 역할을 해내며 오타니가 예상보다 부진했던 다저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어설픈 다년 계약이 아닌 1년 계약으로 사실상 FA 재수를 선택한 에르난데스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36년 만에 풀타임 시즌 WS 제패. 그것도 양키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시즌의 주역. 이제 장기 계약을 더 바라는 건 다저스 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