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력을 의심 받아 자유계약선수(FA)로 대박 계약에 실패했던 코디 벨린저(29·시카고 컵스)가 이번엔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모험하는 대신 팀에 남는 길을 선택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3일(한국시간) "벨린저가 옵트아웃을 선언하는 대신 선수 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벨린저는 이번 겨울 FA가 되는 대신 내년 컵스로부터 2750만 달러(380억원)를 받고 뛰게 된다.
벨린저는 한때 MLB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였다.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그는 2017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탔고 2019년엔 역시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하지만 2020년부터 슬럼프에 빠졌고, 결국 2022시즌 종료 후 다저스가 그와 결별을 선택했다.
MVP 출신 선수가 시장에 나왔으니 여러 구단이 그와 접촉했고, 그 결과 컵스가 새 둥지가 됐다. 벨린저는 이곳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1년 뒤 옵트아웃을 할 수 있게 컵스와 계약한 벨린저는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을 거두며 정상급 외야수로 부활했다.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고 시장에 나왔지만, 벨린저는 원하는 계약을 얻는 데 실패했다. 구단들은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에는 대형 계약을 제안하는 데 거리낌 없었지만, 1년만 활약한 벨린저는 잘 믿지 못했다. 실제로 벨린저는 2023년 실제 타격 성적에 비해 세부 지표는 좋지 못했다. 기대 타율은 0.268에 그쳤고 기대 장타율도 0.434로 리그 하위 57% 수준이었다. 평균 타구 속도(87.9마일, 리그 하위 22%)나 유인구 스윙 비율(31%, 리그 하위 33%)도 좋지 못했다.
결국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한 벨린저는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 친정팀 컵스 복귀를 선택했다. 계약 기간 3년, 총액 8000만 달러(1104억원)로 그가 원했던 대형 장기 계약과 거리가 멀었다. 대신 매년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 FA가 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벨린저는 2년 연속 실력을 증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올해 130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66 18홈런 76타점으로 지난해만 못한 성적에 그쳤다. 기대 타율 0.245, 기대 장타율 0.400에 불과했고 평균 타구 속도나 유인구 스윙 비율도 각각 87.8마일, 32.5%로 여전히 좋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벨린저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장에 다시 나올 거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결국 벨린저는 컵스 잔류를 선택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벨린저에게 유리해지긴 어려울 거로 보인다. 관중석에서 외야 쪽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컵스 홈구장 리글리 필드는 타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편이다. 또 컵스는 정상급 수비력을 보유한 신인 외야수 피트 크로우 암스트롱이 있다. 역시 외야 수비력이 장점인 벨린저가 100% 자신의 가치를 보이기 쉽지 않은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