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국민이 김도영(21·KIA 타이거즈)에게 '너 땀시 산다'를 외친다. 김도영의 슈퍼 플레이를 앞세운 한국 야구대표팀이 드디어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대만 다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쿠바와 2차전을 8-4로 이겼다. 지난 13일 대만과 1차전을 3-6으로 패했던 한국은 이로써 첫 승을 신고하고 슈퍼라운드 진출을 향한 가능성을 보게 됐다.
앞서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 2차례 평가전을 모두 이겼던 한국 대표팀이지만 이날은 상황이 달랐다. 쿠바는 선발 투수로 일본프로야구(NPB) 평균자책점 1위(1.88)인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내세웠다. 평균 150㎞/h 이상 강속구에 변화구 역시 막강한 투수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국이 경기를 지배했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타자 김도영이 제대로 폭발했다. 김도영은 이날 2회 말 만루포를 포함해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으로 쿠바 마운드를 두들겼다.
경기 승부처는 2회 말이었다. 모이넬로를 상대로 아웃 카운트 2개를 먼저 내준 한국은 이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문보경은 모이넬로의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꽂는 변화구를 밀어 좌중간 2루타로 연결했다. 이어 박성한도 욕심내지 않고 가볍게 밀어서 단타를 더했다. 후속 최원준 역시 유격수 옆 깊숙한 타구로 내야안타를 추가, 마침내 선취점을 뽑는 데 성공했다.
실점을 준 후 모이넬로가 더 흔들렸다. 유독 좁게 적용되는 스트라이크존에 하이패스트볼이 통하지 않은 그는 홍창기에게도 볼넷을 주며 위기를 이어갔다. 신민재에서 끊어야 했지만, 모이넬로는 몸쪽에 공을 붙이다 신민재의 등을 맞혀 밀어내기 사구로 2점째를 허용했다.
최고의 밥상을 받은 최고 타자는 망설이지 않았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모이넬로가 던진 초구 150㎞/h 하이패스트볼을 기다렸다는듯 잡아당겼다. 의심할 여지 없이 담장 밖으로 날아가는 대형 그랜드 슬램이었다.
5회 말에도 단타성 타구를 치고도 빠른 발로 2루타를 만든 김도영은 7회 말 폭발했다. 7회 1사 때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파벨 에르난데스의 초구를 바로 통타, 다시 한 번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날 승리를 굳히는 자축포였다.
타선이 만들어준 득점은 곽빈을 위시한 마운드가 지켜냈다. 선발 중책을 맡은 곽빈은 4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이 필요한 최소 실점 임무를 완수했다. 2회까지 출루를 내주지 않았던 곽빈은 3회 2피안타, 4회 1피안타 1볼넷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모두 불을 껐다. 타선의 주인공이었던 김도영은 수비에서도 슈퍼스타였다. 김도영은 2회 초 야디에르 드레이크의 장타성 타구를 점프 캐치하고, 4회 초엔 깔끔한 병살타 처리로 곽빈을 도왔다.
대표팀의 강점으로 꼽히는 불펜진은 5회부터 가동됐다. 한국은 곽빈이 5회 볼넷 2개로 흔들리자 소형준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소형준은 요안 몬카다에게 사구를 기록해 만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피안타 없이 1과 3분의 2이닝 1볼넷 1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번째 불펜 임무를 다했다.
6회를 곽도규(3분의 1이닝 무실점)로 마친 한국은 7회 이영하가 내야 안타로 1점, 8회 김택연이 피홈런 2개로 3점을 내줬지만, 더 이상 추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8회를 정해영이 막았고, 9회 마무리 박영현이 나서 경기를 매조짓고 대회 첫 승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