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내야 사령관' 류지혁과 FA(자유계약선수) 재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 삼성의 내부 FA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는 가운데, 군보류 선수가 추가되는 12월 2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선수들 중에서 현재 FA 시장에 나와있는 선수는 내야수 류지혁(30·B등급)과 외야수 김헌곤(36·C등급) 두 선수다. 류지혁은 FA 1군 등록일수 8년을 채우면서 첫 FA 시장에 나왔고, 지난해 한 차례 FA 재수를 선언한 김헌곤은 36세인 올해 첫 FA 자격을 얻었다.
이 중 류지혁의 FA 등급은 B등급으로, 다른 팀이 류지혁을 영입하려면 보호선수 25명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200% 혹은 보상금과 전년도 연봉의 200%를 원소속팀에 보상해야 한다. 원소속팀이 보상선수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출혈은 필연적이다. 타 팀으로선 영입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출혈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다. 오는 12월 2일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에 입대하는 선수를 군보류 명단에 묶는 방법이다.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할 때 군에 입대한 선수는 자동 보호된다. 12월 2일 이후에 계약해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한다면, 이날 입대하는 선수는 보호할 수 있다. 보상선수 출혈이 필연적인 A~B 등급 선수를 외부 영입할 때 고민을 덜 수 있다. 특히 최근 성사된 FA 계약에서 보상 선수 4명 중 3명이 12월 2일 상무 입대자임을 고려한다면, 구단은 계약 시기를 늦추는 게 이익이다.
류지혁은 올 시즌 100경기에 나와 타율 0.258, 3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그는 이재현(21)과 김영웅(21) 등 젊은 내야진과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맥키넌, 르윈 디아즈 등을 이끄는 '내야 사령관'으로서 팀이 올 시즌 최소 실책(81개)이라는 금자탑을 쌓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냈다.
특히 류지혁은 '주장' 구자욱을 돕는 '부주장' 역할을 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지난 플레이오프 때 구자욱이 경기 도중 다치자, 선수들의 분위기를 수습하고 자신감을 북돋게 한 것도 류지혁이었다. 류지혁은 팀이 지는 와중에도 공격적인 주루와 허슬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으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데 힘쓰기도 했다.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에 리더십까지, 삼성뿐 아니라 타 팀도 관심을 가질만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다만 팀도 선수도 급한 상황은 아니다. 외부 영입을 원하는 팀으로선 12월 2일 이후의 계약이 합리적이고, 이후 경쟁이 심화할 것을 고려한다면 선수로서도 급할 건 없다. 삼성으로서도 12월 2일 이후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은 유격수(이재현)와 3루수(김영웅)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차기 2루수의 주인공은 찾지 못했다. 안주형, 양도근 등이 있지만 류지혁을 넘지 못했다. 2025년 2라운더 신인 내야수 심재훈이 후보로 꼽히고 있으나 아직 프로에서 보여준 건 없다. 유망주들의 연착륙을 위해선 내야 사령관의 역할이 아직 더 필요하다. 삼성으로선 류지혁과의 재계약은 필연적이지만, 12월 2일 이후의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