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에 일어난 황당한 상황이 외국인 눈에 어떻게 비췄을까. 스포츠 현장도 비상계엄 선포·사태에 당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1시 선포한 비상계엄이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로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사회 각 분야가 흔들렸다. 국민은 놀랐고, 황망했다.
주요 외신도 앞다퉈 '서울의 밤'을 보도했다. 시내에 장갑차와 헬기가 등장했고,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했다. 특파원들은 격양된 리포팅을 쏟아냈다.
문화계는 큰 영향을 받았다.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가 쏟아졌다. 다행히 겨울스포츠 현장은 대체로 예정대로 진행됐다.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와 삼성화재전도 마찬가지.
현장 취재기자 중 한 명이 경기 전 브리핑에 나선 마우리시오 파에스(61) 우리카드 감독에게 간밤에 잘 보냈냐고 안부를 물었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파에스 감독은 "프랑스에서 지인들에게 정말 많은 연락이 왔다. '서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라며 말이다. 하지만 나도 상황을 잘 몰랐다. 어떻게 보면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파에스 감독은 "현재(4일) 서울에 다른 느낌이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2024~25 V리그는 역대 가장 많은 외국인 감독이 있다. 남자부는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을 제외한 5개 구단이 외국인 사령탑 체제다. 당연히 외국인 코칭스태프도 많다. 군사정권 시절을 소환한 대한민국의 2024년. 국민은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앞에서 부끄러웠다. 스포츠 현장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