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28)는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하루 전 태업 논란 끝에 1군 엔트리에서 빠진 팀 동료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27)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코너는 '최근까지 카데나스를 응원했던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지 실망스럽다. 누구도 이런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가 구단이나 팬을 SNS에서 '저격'하는 건 흔하지 않다. 당시 일부 팬들은 카데나스를 두둔한 코너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코너와 카데나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플러턴 캠퍼스(CSUF)에서 함께 뛴 절친이다. 가족 간 왕래가 있을 정도로 관계가 밀접하다는 건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이야기. 지난 7월 초 카데나스가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될 때에도 누구보다 그의 영입을 반긴 게 코너였다. 하지만 카데나스는 롱런하지 못했다. 6번째 경기인 7월 26일 KT 위즈전에서 타격 도중 몸에 이상을 느낀 게 화근이었다.
8월 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대타로 복귀한 카데나스는 9회 수비 중 교체됐다. 타구를 어슬렁어슬렁 쫓아가는, 이른바 '산책 송구'로 박진만 삼성 감독의 눈 밖에 난 것이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태업'이라고 강도 높게 선수를 공격했다. 검진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구단 발표가 맞물리면서 카데나스는 '최악의 먹튀'라는 오명 속에 8월 14일 짐을 쌌다. 통증 탓에 복대를 착용하거나 진료 기록을 미국에 보내 몸 상태를 체크한 선수의 노력은 조명되지 않았다.
당시 구단은 카데나스의 부상 부위로 '허리'를 강조했으나 문제가 된 건 옆구리였다. 한 삼성 선수는 "선수단 내부에선 카데나스가 미국에 보낸 진료 검진에서 4~6주 재활 치료 소견이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 처음부터 부상 정도를 잘못 진단한 거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산책 송구'의 발단이 실제 통증이라면 이는 선수단 관리 문제로 이어진다.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코너는 SNS에 글을 올려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정규시즌 막판 부상(광배근)으로 이탈한 코너는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코너의 올 시즌 성적은 11승 6패 평균자책점 3.43(160이닝).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09로 리그 2위였다. 삼성은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투수로 아리엘 후라도를 영입했다. 보류선수 명단에 묶인 코너는 삼성의 허락 없이 KBO리그 내 계약이 5년간 불가능하다.
한 외국인 스카우트는 "외국인 선수 시장이 좁다. 안 좋은 일이 알려지면 추후 선수 영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외국인 스카우트는 "카데나스는 애초 허리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였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었는데 리스크가 터졌다. 이게 선수의 잘못인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