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간판선수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를 향해 자신의 속내를 어필한 발언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유튜브 채널은 17일 2024 월드 투어 파이널스 2024 프리쇼 영상을 게재했다. 각 종목 출전 선수들의 플레이, 9일 열린 갈라 디너 후기 등 여러 콘텐츠가 포함됐다.
영상의 피날레는 안세영이 장식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 직후 협회의 국가대표팀 운영·시스템에 아쉬운 점을 밝힌 게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가 당시 상황과 심경에 대해 처음으로 속내를 밝힌 것.
안세영은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상황이었다. 부족한 점들을 개선하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얘기했는데, (협회의) 문제점을 밝힌 사람이 됐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이렇게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답변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 (올림픽 결승전에서) 이기든 지든 했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았다.
안세영은 지난 8월 5일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꺾고 처음 라켓을 잡았을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하지만 이어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한 뒤 부상 재활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국가대표팀의 지원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않으면 BWF 주최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제한되는 점, 후원사 용품만 써야 하는 등 개인 스폰서 계약에 제약이 있는 협회의 규정들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속내를 전한 바 있다.
안세영의 발언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나서 협회의 규정과 운영 실태를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협회장 횡령·배임 의혹 등 여러 문제점이 나오며 하반기 내내 논란이 이어졌다.
그사이 안세영이 치기로 경솔한 행동을 했다고 단정한 배드민턴인도 많았다. 하지만 문체부는 두 달여 조사를 마친 뒤 현재 협회의 국가대표 자격·처우·후원사 관련 규정에 대해 변경 또는 폐지를 권고하며 안세영의 손을 들어줬다.
'작심 발언' 이후 두 달 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던 안세영은 10월 초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실전 복귀전을 치렀고, 바로 덴마크 오픈에 출전하며 국제대회에 복귀했다. 이후 중국 마스터스에 이어 15일 막을 내린 월드 투어 파이널스까지 소화했다.
응원만큼 질타도 많이 받았던 안세영은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만든 상황이었다. 조금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라고 했다. 엷은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거린 그는 "괜찮았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BWF TV는 마치 안세영을 위한 프리쇼 영상을 만든 것처럼 경건한 배경 음악을 깔아 그의 진심을 전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