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37·흥국생명)은 지난달 28일 장충 GS칼텍스전을 마친 뒤 전한 속내다. 30대 중반을 넘은 자신이 여전히 경쟁자 없이 국내 최고 공격수 자리를 독주하는 게 리그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이날 김연경은 너무 타이트한 리그 일정, 젊은 선수 육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반면 강성현 현대건설 감독은 정규리그 초반부터 김연경 봉쇄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팀 사령탑들의 속내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흥국생명은 개막 15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고, 외국인 선수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3연패하며 잠시 주춤했다가, 이내 연패를 끊고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김연경이라는 '기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연경은 여전히 건재하다. 전반기까지 득점 6위(338개), 공격종합 1위(총성공률·47.02%), 오픈 성공률 5위(38.52%), 퀵오픈 1위(55.80%), 시간차 성공률 1위(50.00%), 후위 공격 2위(43.21%), 서브 8위(세트당 0.246개)에 올라 있다. 미들 블로커 주요 지표인 속공과 이동 공격 성공률 그리고 블로킹을 제외한 전 부문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 지난 시즌 전반기와 비교해도 더 나은 성적이다. 18경기 기준으로 8세트 덜 치른 탓에 총 득점은 적었지만, 공격종합은 2.63%, 퀵오픈은 7.54% 더 높았다.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후위 공격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시즌 김연경이 후위에 있을 때 공격 자원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답답한 심경을 드러낼 만큼 세터의 공 분배 역량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고은이 합류한 올 시즌은 김연경의 백어택 시도가 늘어났다. 지난 시즌 총 27득점이었던 이 부문 기록은 올 시즌 36득점으로 상승했다. 성공률도 지난 시즌보다 5.18% 오른 43.21%였다.
지난 시즌 세트당 0.164개였던 서브 성공도 올 시즌 0.246로 상승했다. '전방위' 득점 가동력은 1살 더 먹은 올 시즌 오히려 더 나아졌다.
흥국생명은 투트쿠의 대체 외국인 선수를 물색 중이다. 지난 시즌에도 시즌 중반 갑자기 슬럼프에 빠진 옐레나 탓에 현대건설에 1위를 내줬다. 윌로우 존스를 영입해 조금 나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결국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모두 현대건설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도 비슷한 양상이다. 현대건설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29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발목이 잡히며 종전 승점 차(2)가 줄지 않았지만, 한 경기 결과로도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흥국생명의 우승은 김연경에 달려 있다. 그는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 현상)는 커녕 상승 곡선을 그리며 여전히 '배구 여제'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흥국생명 그리고 김연경의 후반기 레이스에 더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