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성훈이 트랜스젠더 캐릭터 접근과정을 밝혔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에서 특전사 출신 MTF 트랜스젠더 현주 역을 연기한 박성훈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박성훈은 “제게 현주 역을 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신기하기도 했고, 놀랐기도 했고, 한켠으로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또 한편으로는 배우로서는 새롭고 큰 도전이 되겠구나, 이 역할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서 멋있고, 매력 있는, 누구나 좋아할만한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트랜스젠더가 아닌 자신이 연기하는 것에 관한 지적도 인지하고 있었다. 박성훈은 “해외 반응 중 시스젠더 남성이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며 “그 부분이 걱정이 많이 됐고 혹시나 현주의 인성, 인품보다 ‘트랜스젠더’라는 게 더 강조되지 않도록 노력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과도한 목소리 변조나 과장된 제스처를 경계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실제로 지난 2021년 성전환 후 강제 전역당한 고 변희수 하사를 반영했다는 황동혁 감독의 캐릭터 구축에 대해서는 “미팅할 때 들었지만 따로 더 첨언하신 말씀은 없었다. 저는 그분(고 변희수 하사)을 참고해서 연기를 하진 않았다”라며 “제가 대학로에서도 LGBTQ역할을 여러차례 했기에 이해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여서 고 변희수 하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이어 “물론 추가 조사도 하고 실제 트랜스젠더분을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성훈은 과거 연극 ‘두결한장’(2014) 주인공 역으로 게이를 연기한 적이 있다. 당시를 두고 그는 “그때는 제가 편견이 있었다. 그래서 꼭 언젠가는 게이 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의 실제 게이 친구의 심경을 이해하고 폭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번 배역에 대해 “제 해석과 감독님의 의도가 동시에 들어갔다. 확실히 같은 생각을 한 건 ‘절대 현주가 희화화되선 안된다’였다”면서 “참가자 중 가장 이타적이고 배려심 강한 부분에 집중해 연기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현주의 ‘여성성’은 조금 묻어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목소리를 설정하는 과정에선 현주가 가진 본능적인 원래 목소리로 접근했다고 한다.
가슴 분장에 대해서는 “현주의 상반신은 제 몸에 맞게 본을 떠서 모형을 제작했다. 그걸 매일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서 착용하고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2’는 지난 2021년 공개된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의 속편으로, 성기훈(이정재)이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공개 11일 만에 1억 262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비영어) 2위에 올랐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