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프로야구(ABL) 시드니 블루삭스 우완 투수 코엔 윈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 스쿨 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1차 스프링캠프에 초청 선수로 참가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시즌 도입되는 KBO리그 아시아쿼터를 두고 현장 반응이 뜨겁다. 아시아쿼터는 기존 외국인 선수 정원(팀당 3명)과 별도로 아시아 지역 국적 선수를 포지션 구분 없이 1명 추가 등록할 수 있는 제도. 시행까지 1년이 남았지만, 구단마다 물밑 준비가 한창이다.
올해 1차 스프링캠프를 호주에서 진행한 3개 구단(두산 베어스·KT 위즈·한화 이글스) 관계자에 따르면 KBO리그 아시아쿼터에 대한 호주 프로야구(ABL) 소속 선수들의 관심이 크다고 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1차 캠프를 소화한 LG 트윈스는 ABL 시드니 블루삭스 소속 오른손 투수 코웬 윈(호주)을 초청, 테스트하기도 했다.
호주뿐만 아니라 일본 독립리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독립리그는 아시아쿼터의 주요 선수 시장으로 거론되는데 지난 시즌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가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단기 알바'를 뛰기도 했다.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를 거친 시라카와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 중인데 '아시아쿼터를 통해 KBO리그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내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 프로야구(CPBL) 소속 선수들도 아시아쿼터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다. CPBL은 각각 3년과 8년 요건을 채우면 해외 진출이 가능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 주어진다. KBO리그 아시아쿼터 선수에는 연봉, 계약금, 이적료 등을 모두 포함해 최대 20만 달러(3억원·월 최대 2만 달러)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CPBL 선수에게 적은 수준은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NPB)를 제외하면 ABL이나 CPBL은 리그 연봉 수준이 낮아 한국 진출이 일종의 '코리안 드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2024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시라카와가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2024.07.25/
필자가 생각하는 KBO리그 구단의 아시아쿼터 선호 지역은 아무래도 일본이다. NPB는 물론이고 독립리그를 비롯해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매년 11월에는 NPB 미소속 선수 대상 합동 트라이아웃이 열리는데 KBO리그 구단 스카우트가 집결할 가능성이 크다.
NPB 육성선수도 체크 후보다. NPB 육성선수로 3년간 활동하다가 이듬해 정식 선수가 되지 못하면 FA로 풀린다. 4군까지 운영 중인 NPB 명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경우 뎁스(선수층)가 두꺼운 팀 사정상 정식 선수로 전환되지 못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 NPB 유망주라면 NPB 내 이적이 우선순위겠지만, 아시아쿼터를 통한 스텝업을 시도할 수도 있다. 지난해 NPB 2군에는 2개 구단(쿠후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오이식스 니가타 알비렉스 베이스볼 클럽)이 창단, 선수 풀이 더욱 다양해졌다.
아시아쿼터는 새로운 스카우트 영역이다. KBO리그 구단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는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시아리그 네트워크가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각 구단으로선 발 빠르게 움직여 해당 네트워크를 선점하는 게 중요할 전망이다. 미국이나 중남미와 비교해 정서적 관계가 우선시되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라면 KBO리그 초창기 외국인 선수 제도처럼 에이전트에 의존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쿼터 선수를 '제4의 외국인 선수'로 활용한다면 리그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시행까지 1년이 남았지만, 어느 구단이 먼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