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일본인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31·시애틀 매리너스)의 꿈을 산산조각 냈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시범경기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경기 연속 침묵을 이어갔으나 볼넷 1개를 골라냈다. 후속 타자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시범경기 3경기 연속 득점을 올렸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0.222(9타수 2안타), 출루율은 0.417이다.
눈길을 끈 건 5회 세 번째 타석이다.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후지나미 상대 볼넷을 얻어냈다. 초구 루킹 스트라이크, 3구째 스윙 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렸지만 무려 10구까지 끈질기게 승부했다. 결국 풀카운트에서 96.9마일(155.9㎞/h) 포심 패스트볼을 골라냈다. 1사 1,2루로 몰린 후지나미는 후속 루이스 마토스에게 가운데 펜스를 직격하는 큼지막한 2루타로 2실점 했다. 홈런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정타였다.
후지나미는 2사 후 테일러 플로이드와 교체됐으나 승계 주자가 홈을 밟아 실점이 4점까지 늘었다. 경기 최종 기록은 3분의 2이닝 1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 포심 패스트볼이 최고 98.8마일(150㎞/h)까지 찍혔지만, 타자들이 어렵지 않게 반응했다. 이정후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파울 4개로 후지나미를 괴롭혔다. 일본 매체 데일리스포츠는 '사사구 이후 장타를 맞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빅리그 승격을 어필하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후지나미는 2013년 일본 프로야구(NPB) 입단 동기인 동갑내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라이벌로 국내 야구팬에게 익숙하다. 2023년 1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계약하며 MLB 진출에 성공, 기대를 모았으나 활약이 미미했다. 100마일(160.9㎞/h)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지만 문제는 제구. 마운드 위에서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성적은 2023년 기록한 64경기(선발 7경기) 7승 8패 평균자책점 7.18. 9이닝당 볼넷이 5.1개에 이른다. 지난 1월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 시범경기에서 로스터 진입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전 부진으로 '물음표'를 지워내지 못했다. 투구 수 25개 중 스트라이크가 12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