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김유성(왼쪽)을 5선발로, 최원준을 롱릴리프로 삼고 시즌을 출발한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결정을 내렸다. 2023년 리그 정상에 올랐던 선발진을 부활시키기 위한 마지막 조각으로 김유성(23)을 골랐다.
이승엽 감독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에 앞서 전날 등판했던 김유성을 5선발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 감독은 "5선발은 유성이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팀에 오명진, 김민석 등 새 얼굴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팀은 지난해와 많이 바뀌어야 하는 때"라며 "힘 있는 유성이가 먼저 선발로 나가기로 했다. 원준이에게는 이해를 해달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김유성은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앞서 9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선 두 번째 투수로 나서 4이닝을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고, 15일 키움전에선 선발로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시범경기 동안 그를 최원준, 최준호와 경쟁시켰다. 콜 어빈-잭 로그-곽빈-최승용까지 이어지는 1~4선발은 확정됐기에 한 자리를 두고 이들이 겨뤘다. 어빈과 로그는 당장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MLB)를 겪은 투수들이다. 다승왕 곽빈에 대한 기대치는 더할 나위 없고 최승용도 국가대표까지 다녀왔다. 5선발까지 기대 이상 호투를 펼친다면 두산은 매 경기 선발 대결에서 상대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최원준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0승을 수확한 베테랑이었고, 최준호도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김유성의 구위를 선택했다. 최고 구속이 벌써 154㎞/h를 찍었다. 비시즌 동안은 스위퍼를 장착하는 등 레퍼토리도 개선했다. 경쟁 상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두산은 결국 김유성의 잠재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선발 자리를 내줬다고 최원준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건 아니다. 지난해까지 사이드암스로 투수였던 최원준은 비시즌 동안 팔 각도를 스리쿼터까지 올렸다. 패스트볼 무브먼트를 희생했지만, 대신 구속을 올렸다. 평균 구속이 140㎞/h 아래였던 그가 이번 시범경기에선 최고 구속 146㎞/h를 마크했다. 중계 중 오류일 수 있으나 15일 키움전에선 151㎞/h도 기록됐다. 팔 각도를 높이면서 지난해까지 효과를 보지 못한 포크볼도 낙차가 커졌다. 공이 출발하는 타점이 높아진 덕이다. 매년 구속 감소 그리고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의 한계에 고민하던 그가 올해는 해결책을 찾았다.
최원준의 출발점은 롱릴리프다. 두산으로서는 최원준과 같은 양질의 롱릴리프가 꼭 필요하다. 4선발 최승용, 5선발 김유성 모두 이닝 이터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 곽빈조차 이닝을 효과적으로 소화하는 유형은 아니다. 반드시 긴 이닝을 책임질 불펜 투수도 필요한데, 지난해 두산엔 이 역할이 부족했다. 결국 그 부담을 이병헌 등 필승조가 맡았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또 선발진 운영은 매년 부상 변수에 시달린다. 두산은 2023년 선발 평균자책점 3.64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믿고 재계약한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이 지난해 모두 부상에 신음했고 영건 투수들도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곽빈 혼자 버틴 선발진의 평균자책점 순위는 8위(5.07)까지 떨어졌다.
최원준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최원준은 김유성이 선발로 던질 때 바로 뒤에서 붙을 수 있다. 롱릴리프도 할 수 있고, 시즌 중 선발진에 변수도 많이 생긴다. 원준이가 올해 궂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성공하면, 2023년의 선발 왕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