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지난 24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MLB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그는 'MLB 트라이아웃 도전'이라는 설문을 진행했고 투표에 참여한 3만여 명 중 92%가 도전을 응원했다. 결과에 놀란 강정호는 "많은 분이 투표를 해주셨다. (찬성 비율을 보니) 안 할 수가 없겠더라"며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강정호의 마지막 MLB 경기 출전은 201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해 7월 30일(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 원정 경기 7회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뒤 MLB 경력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후 2020년 6월, 2022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KBO리그 복귀를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과거 세 번이나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강정호가 리그 발전을 저해한다고 평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와의 계약(연봉 3000만원)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강정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최근 개인 유튜브를 통해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사를 밝힌 강정호. 강정호 유튜브 캡처
MLB에선 긴 공백을 깨고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폴 슈라이버(1923-45, 22년 2일)와 찰리 오리어리(1913-34, 20년 365일)는 무려 20년 이상의 공백을 딛고 MLB 무대를 다시 밟았다.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명투수 사첼 페이지도 1953년부터 1965년까지 12년 3일의 공백이 있었다. 2021년 4월에는 내야수 션 카즈마르 주니어가 12년 206일 만에 빅리그에 콜업,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MLB 공백기 기간 꾸준히 다른 리그의 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강정호와 다르다. 강정호는 2019년 기점으로 공식전 출전 기록이 전혀 없다.
KBO리그 복수의 구단에서 트레이닝을 담당한 허재혁 코치는 "강정호의 나이 때 컴백하는 게 쉽지 않다. 이미 몸의 노화가 상당히 진행됐을 거"라며 "노화에 따라 몸이 녹슬어져 있는데 녹을 걷어내고 기름칠을 다시 한다고 해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줄어든 근육량을 늘리는 게 어렵다. 자동차의 엔진을 근육에 비유하면 강정호는 선수 시절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의 엔진을 몸에 장착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소형차 정도로 줄어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정비사가 온다고 해도 소형차를 람보르기니로 재탄생시킬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몸의 스피드나 파워도 선수 시절로 회복하는 게 만만치 않다"라고 부연했다.
2020년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훈련 중인 강정호의 모습. IS 포토
A 구단 수석 트레이너도 "개인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계속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MLB 선수 시절만큼은 아니었을 거"라며 "나이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비슷한 얘길 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경기를 뛴 지 너무 오래돼 회의적인 건 사실이다. 강정호가 이전에 좋은 성적을 낸 적도 있지만, 구단이 관심을 크게 가질 정도는 아니다. 확률이 낮은 건 어쩔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