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이정후에게 피홈런 2개를 맞은 카를로스 로돈. [AP=연합뉴스]
왼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딱 1개의 커브, 그걸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받아쳤다.
미국 뉴욕 지역 스포츠 매체 SNY는 14일(한국시간) 이날 열린 뉴욕 양키스-샌프란시스코전 6회 상황을 조명하며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맷 블레이크 양키스 투수 코치가 마운드 방문을 고집했다. 불과 두 이닝 전에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을 고려하면 전략을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0-3으로 뒤진 4회 솔로 홈런을 때려낸 이정후는 1-3으로 뒤진 6회 1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로돈과 블레이크 코치의 '전략'은 완벽한 실패였다. SNY는 '짧은 대화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이정후는 볼카운트가 1볼-2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상황에서 로돈의 5구째 커브를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겼다. 메이저리그(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날 로돈은 총 투구 수 100개 중 커브가 8개. 이 중 7개를 오른손 타자에게 구사했는데 왼손 타자 상대로 던진 딱 1개의 커브가 6회 피홈런으로 연결됐다. 투구 레퍼토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이정후의 배트를 유혹하려고 했으나 통하지 않은 것.
14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전에서 연타석 홈런 이후 득점하는 이정후. [AP=연합뉴스]
SNY는 '로돈은 슬라이더와 패스트볼 조합에 크게 의존했고 그 조합으로 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는 적절한 게임 플랜인 것처럼 보였다'며 '이런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브레이킹볼을 던진 건 이정후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기 위함이었다'라고 분석했다.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한 이정후는 로돈의 노림수를 꿰뚫었다. 로돈은 "이정후는 좋은 타자다. 내 실수를 때려냈다. 정말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MLB 11년 차 베테랑인 로돈은 통산 76승을 기록 중인 양키스 주력 선발 자원 중 하나. SNY는 '로돈은 5이닝 동안 순항했다. 이번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여 보였는데 6회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라고 전했다.
14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이정후. [AFP=연합뉴스]
이날 이정후는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2홈런) 1볼넷 2득점 4타점 원맨쇼를 펼쳤다. 이정후의 활약을 앞세운 샌프란시스코는 경기 초반 0-3 열세를 뒤집고 5-4로 승리, 시즌 11승(4패)째를 챙겼다. 로돈은 5와 3분의 2이닝 3피안타(2피홈런) 8탈삼진 4실점 하며 시즌 3패(1패)째를 떠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