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박주홍과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타격 자세. 사진=티빙·SPOTV 중계화면 캡처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박주홍(24)은 지난 5일 고척 NC 다이노스전 2회 말 무사 1·2루에서 투수 라일리 톰슨의 152㎞/h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해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홈런을 쳤다. 2020년 데뷔한 그가 1군에서 통산 121경기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홈런이었다.
박주홍은 2020년 1차 지명을 받고 키움에 입단했다. 선수 풀(pool)이 넓은 서울 지역에서 그해 세 번째 손가락 안에 드는 유망주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주홍은 지난 시즌까지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2020년 1군에서 13경기밖에 나서지 못했고, 이후 4시즌(2021~2024)도 주로 2군에서 뛰었다. 퓨처스(2군)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1군 무대만 서면 배트가 얼어붙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달 1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서 1군 공식전 첫 홈런을 치며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꾸준히 선발 외야수로 출전하고 있다. 19일 기준으로 타율 0.250(56타수 14안타)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박주홍의 타석은 다른 이유로도 주목받고 있다. 톱 포지션(배트를 잡은 두 손의 위치)과 스탠스, 스윙 자세가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타격 장면을 비교한 소셜미디어(SNS) 콘텐츠도 큰 화제를 모았다.
박주홍은 원래 레그킥(leg kick)을 하며 타격했다. 그러나 움직임이 큰 자세로 1군 투수들의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 이동발(좌타자의 오른발)을 지면에 찍어 타이밍을 맞춘 뒤 배트를 돌리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그 과정에서 오타니의 타격 자세를 연구해 자신의 몸에 맞췄다.
박주홍은 "레그킥을 버렸기 때문에 힘을 더 실을 수 있는 스윙이 필요했다. 힙 힌지(hip hinge·고관절을 경첩처럼 접는 것)도 중요하고, 코어의 힘도 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타니 선수의 타격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주홍은 "1군만 올라오면 너무 못하다 보니 극단적인 변화를 줘야 했다. 오타니 선수의 경기 중계 화면뿐 아니라, 훈련할 때 옆에서 찍은 영상도 공부했다"라고도 전했다.
타격 메커니즘까지 따라 할 순 없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타이밍이나 전체적인 느낌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박주홍이 올 시즌 도약에 여러 가지가 배경이 있다. 여기에 바꾼 타격 자세도 큰 영향을 미쳤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5년 동안 2군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박주홍이다. 올해는 조금씩 좋은 결과가 나오자,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지금처럼 잘 적응하면 올 시즌을 야구 인생 터닝 포인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홍도 "야구 선수다운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게 처음인 것 같다. 시범경기에서 (1군) 첫 홈런이 나오며 조바심을 다스릴 수 있었다. 이제 겨우 내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주중 3연전부터 박주홍은 타격감이 식은 게 사실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며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 박주홍이 올해는 고비를 넘고 비상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