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패한 경기에서도 위안을 얻었다. 윤성빈(26)이 또 한 명의 강타자를 잡아낸 덕분이다.
최근 롯데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김 없이 같은 메시지가 중계 화면 채팅창을 도배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윤성빈이라도 내보내라'.
윤성빈은 현재 롯데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구속이 158㎞/h까지 찍힌다. 지난달 20일 대체 선발로 나선 LG 트윈스전에서 볼넷 6개를 남발하며 9점을 내주고 무너졌지만, 롯데팬은 그가 1·2번 타자 박해민과 김현수를 상대로 뿌린 '광속구'에 더 매료됐다.
윤성빈은 이후 약 3주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졌고, 지난 13일 다시 1군 부름을 받은 뒤 15일 인천 SSG 랜더스전 7회 말 2사 상황에서 등판해 복귀전을 치렀다. 콘택트 능력이 좋은 좌타 최지훈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의미 있는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그는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7회 초 마운드에 올라 리그 홈런 1위(당시 27개) 르윈 디아즈, 홈런왕에 6번 오른 박병호를 각각 중견수 뜬공 처리하는 등 1이닝 무실점을 막아낸 뒤 타선이 역전에 성공해 롯데가 승리하면서 승리 투수까지 됐다.
2017 1차 지명 특급 유망주였던 윤성빈은 지난 시즌까지 2군·재활군을 전전했다. 그사이 '게으른 천재'라는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1군 첫 등판(5월 20일 LG전)에서 비를 맞은 것처럼 많은 땀을 흘리고, 손을 떨며 절실한 모습을 보여줘 롯데팬의 응원을 받았다.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진 구위와 투구 메커니즘까지 보여주며 기대감도 높였다.
윤성빈은 아직 필승조가 아니다. 1군에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그래서 롯데팬들은 승부가 기운 경기에선 윤성빈이 등판하길 바란다. 그의 호쾌한 직구를 보며 '안구 정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롯데는 2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2-7로 패했다.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었던 7회 말 수비에서 야수 포구 실책 빌미로 추가 점수를 내줬고, 다음 수비에서도 마운드가 무너졌다. 5연승이 무산됐다.
윤성빈은 이날 롯데팬에 위안을 줬다.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박진이 김형준에게 투런포를 맞고, 김주원과 김한별에게 다시 연속 안타를 맞아 3점을 내주며 흐름이 넘어간 상황에서 투입됐다.
윤성빈의 첫 타자는 통산 최다 안타 1위 손아섭이었다. 윤성빈은 초구 154㎞/h 직구로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타구 코스가 2-3루 딱 중간으로 향해 내야 안타가 되고 말았다.
롯데의 추가 실점은 없었다. 윤성빈은 이어진 맷 데이비슨과의 승부에서 155㎞/h 직구 2개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어 파울 2개를 유도했고, 3구째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까지 끌어냈다.
2구째 직구는 포수 머리, 타자 허리 높이였다. 하지만 공이 워낙 빠르고, 떠오르는 착각을 주다 보니 데이비슨의 스윙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게 현재 윤성빈의 공이다. 이순철 해설위원이 윤성빈을 향해 "가운데로 던져도 승부를 해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다.
데이비슨은 지난 시즌(2024) 홈런왕(46개)이다. 윤성빈은 올 시즌 홈런 1위(디아즈)뿐 아니라 이 부문 타이틀 홀더까지 힘으로 이겨냈다. 롯데팬들이 왜 윤성빈의 투구를 보고 싶어 하는지 증명한 투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