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푸른 피 에이스였다. 비로 인한 지연 개시, 타선의 답답한 안타 지원, 상대의 숱한 압박에도 원태인은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다했다.
삼성 원태인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결정전(WC·2선승제)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06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전날(6일) 1차전에서 패배한(1-4) 삼성은 벼랑 끝에 몰렸다. NC와 마찬가지로 1패만 더 하면 탈락이라는 상황은 같았지만, 삼성이 WC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한 정규시즌 4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패배시 충격은 상당했다. 2015년 WC 제도가 신설된 뒤 5위 팀이 4위 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한 건 10년 동안 딱 한 차례(2024년 KT 위즈)뿐이었다.
두 번째 불명예 기록을 세울 순 없었다. 벼랑 끝 삼성은 2차전 선발로 '푸른 피 에이스' 원태인을 내보냈다. 부담이 상당했다. 게다가 이날 내린 비로 인해 경기가 45분 가량 늦춰지면서 컨디션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타선도 6회까지 1안타에 그치면서 점수차를 좀처럼 벌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하지만 원태인은 이날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면서 마운드를 지켰다. 최고 151km/h의 직구(42개)에 컷 패스트볼(7개) 투심 패스트볼(2개) 슬라이더(29개)와 체인지업(24개) 커브(4개) 등을 섞어가면서 잘 버텨냈다.
1회 2득점 지원을 받고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1회 2사 후 박민우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회에도 1사 후 이우성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집중타를 내주지 않았다. 3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원태인은 4회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안타를 내주고 2사 후 이우성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렸지만, 대타 오영수를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 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원태인은 6회 다시 실점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박민우에게 볼넷을 준 뒤, 강타자 맷 데이비슨과의 승부에서 몸에 맞는 볼을 내준 것. 1사 1, 2루 최대 위기에 원태인의 투구수도 100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원태인은 침착하게 대타 박건우를 삼진 처리한 뒤, 이우성에게 외야 뜬공을 유도하면서 이닝을 마쳤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제 임무를 다한 원태인은 이제 불펜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지켜봤다. 불펜 투수 김태훈과 이승민이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고, 회심의 승부수 가라비토가 강타자 데이비슨을 삼진처리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삼성은 8회 김헌곤의 눈야구(볼넷) 및 발야구(도루)로 추가득점에 성공했다. 3-0으로 승리하면서 원태인의 승리도 확정, 삼성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