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름값보다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었다. 전소니, 이유미 주연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가 넷플릭스 글로벌 정상을 수성하며 증명한 사실이다.
26일 글로벌 OTT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당신이 죽였다’는 공개 4주 차에 들어서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 9위를 차지했다. 일본 서스펜스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성 은수(전소니)와 희수(이유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근래 다른 나라 작품 또는 한국 TV 드라마에 밀려 흥행에 고전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빠르게 글로벌 반향을 얻었다. 공개 2주차(11월 10일~16일)엔 78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TV쇼(넷플릭스 투둠, 비영어 기준) 1위까지 찍었다.
10위권에 진입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최다 71개국으로, 직전 공개작인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보다도 20개국 많다. ‘다 이루어질지니’가 스타 작가 김은숙 신작, 한류 배우 김우빈·수지 주연, 국내 황금연휴 공개 등 호조건을 갖췄던 것을 고려하면, 더 값진 결과다.
넷플릭스가 꾸준히 공개 중인 여성 투톱물 중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다. 앞서 공개된 김고은, 박지현 주연 ‘은중과 상연’과 이하늬, 방효린 주연 ‘애마’는 마니아를 형성했으나 흥행은 아쉬움을 남겨 장르적 한계라는 의구심을 낳았다. 그러나 ‘당신이 죽였다’는 가정폭력에 맞서 살인을 공모한다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다룸에도 더욱 많은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불호와 논란 대신 응원을 끌어낸 건 연출 덕이다. 이정림 감독은 “가정폭력과 관련된 수업도 받고 생존자들도 만났다”고 밝혔다. 실제 트라우마를 건드릴 수 있는 장면도 앵글과 편집으로 조절했다. 여기에 전소니, 이유미, 장승조(노진표, 장강 역), 이무생(진소백 역) 등 설득력 있는 연기가 받쳐주며 극중 가정폭력과 복수신은 시청자에게 ‘도파민’ ‘사이다’보단 처절한 울림을 안겼다.
이야기 속 두 여성의 우정과 복수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작품 밖 시청자와 접점을 만든 것이 흥행 결정타가 됐다. ‘당신이 죽였다’는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5위권을 유지 중이다. 글로벌 콘텐츠 리뷰 사이트 IMDb에서 시청자들은 “가정폭력 생존자로서 시청이 힘들었지만, 현실과 너무 닮았다” “보면서 온갖 감정이 밀려왔다” 등 각국 언어로 감상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사 고스트 스튜디오 측은 “단지 가해자를 응징하고 피해자를 구원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방관자에도 무게를 실어 폭 넓은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GV(관객과의 대화)는 물론, 공개 후 글로벌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내 이야기’라는 입소문을 탄 것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