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연대는 5일 ‘영화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의 내용과 해석을 넘어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거나 보지 않을 자유, 영화를 판단하고 비판할 자유가 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해석과 표현을 둘러싸고 다양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다만 그 과정이 개인의 주거지나 신상정보 등 사생활의 영역으로 확대되거나 안전과 생업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영화인연대는 또 이번 성명이 “‘암살자(들)’에 대한 평가나 역사적 해석에 대해 입장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논쟁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들은 동료들을 향해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개인이 위협과 압박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함께하겠다. 영화인의 생활과 안전을 지키고, 영화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저격당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최근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에 휩싸였다.
쟁점이 된 부분은 결말이다. 당시 특별수사본부가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것과 달리, 영화는 사건의 배후를 특정하지 않은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다. 이를 놓고 일부 관객은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당시 정권의 배후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비난을 쏟아냈고, 이는 정치권의 진영 대립으로까지 번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제작진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암살자(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창작물”이라며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거나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논쟁은 제작진의 개인사에 대한 검증과 비판으로 옮겨붙었고,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보수단체의 규탄 집회가 열리는 등 출연 배우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이에 ‘암살자(들)’ 측은 감독 및 출연진의 안전을 위해 6일 개막하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야외 무대 인사 등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한편 영화인연대는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미술감독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지역영화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제정책모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영화마케팅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부산영화인연대 등 영화계 각 분야를 대표하는 19개 단체로 구성됐다.
4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 배우 유해진 자택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제작사와 배우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6.10.4 / 사진=연합뉴스 제공다음은 영화인연대 입장 전문
[성명] 영화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영화인연대는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의 내용과 해석을 넘어,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힌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배우의 주거 공간을 대상으로 한 집회가 예고되고, 영화와 관련된 활동과 행사도 취소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관객의 판단과 선택을 통해 만나는 매체입니다.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거나 보지 않을 자유가 있고, 영화에 대해 판단할 자유가 있으며, 비판할 자유도 있습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그 해석과 표현을 둘러싸고 다양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족과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이 느끼는 아픔과 문제의식 또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작품의 내용이나 역사적 해석에 이견이 있다면 비평과 토론,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의견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개인의 주거지나 신상정보 등 사생활의 영역으로 확대되거나, 안전과 생업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영화인연대는 <암살자(들)>이라는 작품에 대한 평가나 역사적 해석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과 사회의 몫이며, 서로 다른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영화인연대의 입장입니다.
시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논쟁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동료 영화인들에게 전합니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개인이 위협과 압박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영화인연대가 함께하겠습니다.
영화인연대는 영화에 대한 시민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영화인의 생활과 안전을 지키고, 영화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