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에선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너 말고 다른 연애’가 OTT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5·6회차를 기점으로 시청량이 전주 대비 195% 급등하면서다. TV 시청률은 2%대에 머물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화제성을 이어가는 엇갈린 성적표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한 KBS2 ‘너 말고 다른 연애’(이하 ‘너다연’)는 1회 2.6%(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출발한 뒤 5회 2.1%, 6회 2.3%를 기록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화제성 지표에서는 존재감이 뚜렷하다. 10월 7일 기준 ‘너다연’은 펀덱스 TV드라마 화제성 부문 3위에 올랐고, 안은진과 서강준은 TV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OTT에서는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너다연’ 시청량은 전주 대비 195% 증가했다. 유튜브와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남궁호(서강준)와 이미도(안은진)의 관계와 선택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높은 화제성이 왜 TV 시청률로는 이어지지 못했을까.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주인공 커플의 관계를 흔들어야 할 서브 캐릭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짚었다. ‘너다연’은 10년을 만난 남궁호와 이미도의 관계에 각각 새로운 이성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감정의 균열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이 구조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두 사람의 오랜 관계를 뒤흔들 정도로 새로운 인물들이 강한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정 평론가는 “서강준이 연기한 남궁호는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인데 빌런에 가까운 인상을 준 태승(이주안)에 미도가 흔들릴 충분한 서사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너다연’ 특유의 기승전결 중 ‘전’을 나중에 터트리는 방식 역시 TV와 OTT에서의 온도 차를 만들었다. 4회에서 미도가 태승의 사무실에서 외박한 사실을 보여준 뒤, 5회 말미에야 당시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눴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러 회차를 연달아 볼 수 있는 OTT에서는 다음 이야기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이러한 구성이 큰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반면 매주 정해진 회차를 기다려야 하는 TV에서는 사건의 진전이 더디게 체감될 여지가 있다.
결방이라는 외부 변수도 있었다. 태승의 개입으로 궁호와 미도의 10년 연애에 본격적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5·6회는 총 14부작인 ‘너다연’의 반환점으로 향하는 중요한 구간이다. 그러나 4회 방송 이후 아시안게임 중계로 한 주간 결방하면서 앞선 회차에서 끌어올린 긴장감을 다음 이야기로 곧바로 연결하지 못했다. 실제 결방 이후 방송된 5회는 2.1%로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정 평론가는 TV 시청률과 별개로 “‘너다연’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라이징이 비교적 명확하고, 최근 대중이 관심을 보이는 ‘장기연애’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흥미롭다”고 봤다.
장기연애는 최근 연애 콘텐츠에서 꾸준히 주목받는 소재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와 가연이 2030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애·결혼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70%가 3년 이상의 장기연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랜 연애가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설렘 대신 익숙함과 편안함이 자리 잡은 관계에서 결혼 시기와 가치관, 현실적인 조건을 두고 고민하는 커플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너다연’ 역시 장기연애에서 오는 익숙함과 권태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처음으로 로맨스 호흡을 맞춘 서강준과 안은진은 10년을 함께하며 서로가 가장 편한 존재가 됐지만, 그만큼 설렘은 희미해진 연인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두 사람의 캐릭터도 현실 연애에서 쉽게 마주할 법한 고민을 품고 있다. 남궁호는 오랜 연인에게 한결같은 믿음을 주는 이른바 ‘안정형 남자친구’의 면모를 보여주는 반면, 이미도는 영화감독이라는 꿈 앞에서 거듭 좌절하며 연애와 자신의 삶 사이에서 흔들린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각자의 현실과 감정 때문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연애를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총 14부작으로 편성된 ‘너다연’이 남은 회차에서 가파른 시청률 반등을 이뤄내는 건 어려워 보인다. 다만 OTT 시청량 상승과 높은 화제성이 보여주듯 ‘너다연’은 단순히 ‘얼마나 많이 봤느냐’보다 ‘보고 난 뒤 얼마나 이야기하게 만드느냐’에서 힘을 발휘하는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