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하는 박수호 감독 (나고야=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4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8강전. 한국 박수호 감독이 지시하고 있다. 2026.9.24 hwayoung7@yna.co.kr/2026-09-24 10:40:47/ “제자들이 계속 보고 싶어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한국 여자농구를 12년 만의 정상으로 이끈 박수호(57) 감독은 금메달을 딴 지 열흘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대회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수원 모처에서 본지와 만난 그는 “대회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선수들이 보고 싶다. 모두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박수호 감독과 선수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은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나왔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박 감독을 밟으며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딸이 2001년생인 박 감독에게 허예은(청주 KB) 등 젊은 선수들은 딸 또래다. 박 감독은 “저는 선수들과 벽을 두지 않고 지낸다. 선수들이 쓰는 말도 가끔 쓰고 친구처럼 지낸다”며 “본인들 말로는 아빠 같다고 한다. 좋을 때만 그런다”며 웃었다.
친근함만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아니었다. 박수호 감독은 훈련에서도 선수들을 최대한 즐겁게 하려고 했다. 그는 “오늘 했던 걸 내일은 거의 안 한다. 목표는 같지만, 방법을 여러 가지로 바꿔 선수들이 지루하지 않게 한다”며 “선수들이 훈련할 때 재미있어야 한다”고 했다. 연습경기에서도 출전 시간을 고르게 배분했다. 11명이든 12명이든 모두가 코트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선수들의 준비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작전을 지시하는 박수호 감독. 일본농구협회 그렇게 만든 ‘원팀’은 AG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박지수(청주 KB)와 박지현(LA 스파크스)이 빠진 가운데 대표팀은 12명 엔트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고 과감하게 11명으로 대회를 치렀다.
그 선택은 금메달로 돌아왔다. 한국은 4강에서 중국, 결승에서 일본을 꺾었다. 박수호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농구를 준비했다. 그는 “모든 선수가 드라이빙도 하고 패스도 하고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10점 넘는 선수가 3~4명, 많을 때는 5명씩 나왔다. 상대도 특정 선수를 잡기가 쉽지 않다”며 “제가 무슨 족집게도 아니고 그날 누가 잘할지 모르지 않나. 많이 기용해 보면 꼭 잘하는 선수가 나오더라”고 돌아봤다.
오랜 시간 지켜본 제자의 성장을 인정하는 장면도 있었다. 2021년 19세 이하(U-19) 대표팀에서 처음 만난 이해란(용인 삼성생명)에 대해 박수호 감독은 “예전에 해란이한테 ‘실력이 늘은 게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그때 잘못 본 거다”라며 웃었다. 이어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해란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해란을 두고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정말 좋고 공격과 수비에서 역할을 많이 해준다. 앞으로 해외에도 나갈 수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박수호 감독의 농구는 약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한국 선수들의 신장과 체력이 외국 선수들보다 떨어지는 만큼 몸싸움보다 빠른 농구를 택했다. 그는 “40분 동안 5대5가 많아지면 진다. 선수들이 금방 지친다”며 “몸싸움을 안 하고 빨리 뛰다 보면 신이 나서 수비도 잘된다”고 했다. 훈련의 70~80%를 공격에 쏟는 이유도 같다. “공격으로 골을 잘 넣으면 수비도 잘된다. 자신감이 생기지 않나”라고 했다.
박수 치는 박수호 감독 (나고야=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4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8강전. 한국 박수호 감독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26.9.24 hwayoung7@yna.co.kr/2026-09-24 11:35:36/ 금메달을 따낸 뒤에도 박수호 감독은 현 대표팀을 ‘황금세대’라고 부르지 않았다. 외국 선수들의 신장과 체격, 기술에서 여전히 열세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응집력과 팀워크”라고 했다. 이번 금메달을 한 세대의 성과가 아니라 여자농구 전체의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했다.
이번 AG로 지도자 커리어에 꽃을 피운 박수호 감독은 “개인적인 욕심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프로팀을 맡아보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행복한 상상을 펼쳤다. AG를 끝으로 대표팀과 계약이 끝난 박 감독은 현재 거취를 열어두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