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9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서 배우 류승룡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9 / 사진=연합뉴스 제공
배우 류승룡이 연기를 향한 진심과 작품마다 쌓아온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류승룡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문화홀에서 진행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연기를 시작한 계기부터 대표작 비하인드, 연기에 대한 철학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류승룡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를 회상하며 “중학교 때 국립극장에서 ‘파우스트’를 봤는데 장면마다 심장이 뛰었다. 다행히 연극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꿈을 키웠다. 연기를 하면 행복했고, 조금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연극과가 있는 대학교에 갔다”며 “군대에 있는 동안만 빼고 쉬지 않고 연기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류승룡은 “이미지대로, 생긴 대로 캐스팅이 들어왔고 효과적인 악역이나 센 캐릭터를 먼저 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고,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갈등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나고 보니 많은 간접 경험, 특히 좋은 작품을 보는 것이 나를 담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모임이나 여행 등 직접 체험하는 경험도 나를 채워준다”고 덧붙였다.
연기 활동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던 시기도 있었다. 류승룡은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고 있음에도 다작 배우, 소모되는 배우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며 이준익 감독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내가 소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이준익 감독님이 ‘땅을 파면 손가락이 아프다. 그런데 더 파면 맑은 물이 나온다. 연기도 똑같다. 더 파라. 그러면 진짜 정수가 나온다’고 애정을 담아 말씀해 주셨다”며 “그날의 바람과 햇볕까지 기억난다. 그렇게 더 파보자고 생각했고, 틀에 갇히지 말고 더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게 엔진이 됐다”고 말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9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 행사에서 배우 류승룡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9 / 사진=연합뉴스 제공
영화배우로서 기념비적인 해였던 2012년 개봉작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거쳐 이듬해 선보인 ‘7번방의 선물’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류승룡은 “장진 감독님과 12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언젠가 술에 취한 연기를 할 때 그 표현에 매몰돼 장면의 목적을 손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7번방의 선물’의 용구는 딸을 목숨보다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이 중심에 묵직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그 중심을 돕는 설정일 뿐이라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천만 영화 ‘극한직업’(2019)을 언급하면서는 코미디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지론을 밝혔다. 류승룡은 “꺾기와 호흡, 침묵 등이 중요하다. 조금 과하면 오버스럽고, 조금 밋밋하면 심심하다. 결국 좋은 코미디는 잘 짜인 구조와 진심을 믿고 연기하는 것이다. 내가 믿지 않는데 관객을 설득할 수는 없다”며 “코미디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가장 많이 배우게 되는 장르다. 겸허해지고 겸손해진다”고 부연했다.
코미디 연기와 상반되는, 전작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에서 보여준 오열 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감정의 최고치를 끌어올리다 보니 울음 연기는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빙’은 그 장면 때문에 하게 됐다”며 “13년 전 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딸을 잃고 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 울음을 떠올리며 연기했고, 아버지도 해당 장면을 보고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늘 통념에 갇히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들어오는 작품에 충실하고 싶다”는 류승룡은 올겨울 ‘정가네’로 다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정가네’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초청작이기도 하다. 류승룡은 “가까운 것이 깨어졌을 때의 침묵들을 보여준다. 오래된 오해와 갈등의 여러 면면이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관심을 당부했다.
끝으로 류승룡은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윗세대와 아랫세대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오늘 이 시간이 나에게는 선물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