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박 2일 시즌4’ 방송 캡처 KBS2 장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시즌4’(이하 ‘1박 2일’)의 폼이 다시 돌아왔다.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등 원년 멤버들이 활약하던 시절만큼의 폭발적인 인기는 아니지만, 제작진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출연진의 무르익은 케미스트리가 어우러지며 또 다른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2019년 12월 시즌4를 시작한 ‘1박 2일’은 방글이 PD와 이정규 PD를 거쳐 현재 주종현 PD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출연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김종민, 문세윤, 딘딘을 중심으로 연정훈, 김선호, 라비, 나인우, 유선호 등이 시즌4를 거쳐 갔다. 이준은 2024년 8월 합류해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으며, 같은 시기 투입됐던 조세호는 사생활 논란으로 자진 하차했다. 사진=‘1박 2일 시즌4’ 방송 캡처 제작진으로서는 조세호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고정 멤버가 필요했고, 방송인 이용진과 배우 이기택을 영입했다. 어느덧 합류 100일을 넘긴 두 사람은 프로그램에 안정적으로 녹아들었고, 시청률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이 합류한 6월 이후에는 단 한번도 시청률 5%대로 내려앉지 않고, 평균 7%대 높게는 8%대까지 치솟았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런닝맨’이 2~3%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성적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이용진이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면, 의외의 발견은 이기택이다. 기존 막내들과 달리 귀여운 이미지를 앞세우기보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필요할 때는 형들과도 대등하게 맞선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면모가 제작진이 이기택을 영입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배우 이기택 / 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제작진은 일간스포츠에 “그동안 ‘1박 2일’의 막내들은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형들에게 치이거나 사고를 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가 많았다. 이번에는 그 익숙한 막내의 이미지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런 면에서 이기택은 반듯하고 잘생긴 배우라는 첫인상부터 기존 막내들과는 다른 그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이미지와 실제 성격 사이에 재미있는 간극도 있었다. 생각보다 승부욕과 고집이 강하고, 본인은 굉장히 야무지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허술한 순간도 많다”며 “어느 정도 사회생활 경험이 쌓인 뒤 막내가 된다는 점도 재미있었고 실제로 합류한 뒤에는 예상보다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고 칭찬했다.
메인 PD부터 출연진까지 숱한 변화를 겪었지만, ‘1박 2일’이 한결같이 지켜온 가치가 있다. 바로 공영방송 예능으로서의 역할이다. 전국 곳곳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을 찾아 특산물과 역사를 소개하고, 이를 소재로 한 게임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사진=‘1박 2일 시즌4’ 방송 캡처 충청남도 청양군,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전주시·완주군,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삼척시, 경상남도 의령군까지. 모두 주종현 PD 체제에서 멤버들이 방문한 지역들이다. 제작진은 “‘1박 2일’은 정말 대한민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작은 마을과 시장, 평범한 시골길까지 어디든 여행지가 된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과 음식,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박 2일’의 또 다른 경쟁력은 기발한 게임이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릴레이로 물 모으기, 고글을 쓰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의자 차지하기, 20분 만에 책 한 권을 읽고 퀴즈 맞히기, 그림 숨바꼭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놀이부터 MT에서 여럿이 따라 하기 좋은 게임까지,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소재들이 즐비하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의 예능감이 폭발하기도 한다. 제작진이 게임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 역시 ‘이걸 시켰을 때 멤버들이 얼마나 본색을 드러낼 수 있느냐’다. 제작진은 “누가 욕심을 부릴지, 누가 배신할지, 누가 억울해할지, 평소에는 안 나왔던 관계가 튀어나올 수 있는지를 본다. 그래서 제작진끼리 회의할 때 굉장히 재미있었던 게임도 멤버들이 하는 그림이 안 보이면 과감하게 버린다”며 “오히려 룰은 단순한 게 좋다. 설명은 10초인데 멤버들은 10분 동안 싸울 수 있는 게임. 그게 ‘1박 2일’에는 제일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이면 방송 20주년을 맞는 ‘1박 2일’의 포부는 단순하다. 바로 ‘계속 망가지기’다. 제작진은 “‘1박 2일’의 정체성은 대한민국을 여행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다음 날 집에 가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 당연한 것들을 그냥 주지 않는다. 밥 한 끼를 위해 게임을 하고, 따뜻한 방에서 자기 위해 싸우고, 때로는 퇴근하기 위해서도 고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아무리 멋있는 사람도 ‘1박 2일’에 오면 무너진다. 몇 천 원짜리 간식에 배신하고, 라면 한 젓가락에 자존심을 버린다. 배고프고 힘들수록 본 모습이 나오는 게 ‘1박 2일’의 재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