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의 빅보이' 이재원(27·LG 트윈스)이 잠실구장에서의 '홈런 추억'을 떠올리다 황급히 말을 정정했다. 가을야구에 나서는 이재원의 입장에선 아직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 이에 그는 "취소, 취소. 기억에 남는 건 '정규시즌 마지막' 홈런입니다"라고 정정했다. 가을야구에서 다시 '진짜 마지막' 잠실 홈런을 때려내는 것. '잠실의 빅보이'가 꿈꾸는 가을이다.
이재원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에 나서진 못했지만, 2022년 플레이오프 이후 4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로 돌아왔다. 2023년엔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이후 상무 야구단에 입대하면서 한동안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4년 전 가을엔 3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1타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한층 성장해 돌아온 이번 가을엔 반드시 반전 스토리를 쓰겠다는 각오다.
다시 가을 무대에 선 이재원은 "오랜만에 와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좋은 걸 떠나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꼭 이겨야 한다는 책임감과 각오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 전보다 지금 더 자신감도 있다. 그런데 이럴 때 꼭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 그래서 힘을 빼고 최대한 다운시킨 상태에서 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지만, 지나친 의욕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LG 이재원. LG 제공
이재원의 별명은 '잠실의 빅보이'다. 넓은 잠실구장을 호쾌한 장타로 수놓을 수 있는 거포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이재원 역시 이 별명에 애정이 크다. 그는 "'잠실의 빅보이'라는 별명이 좋은데, 제가 잘 못했을 때는 조금 힘든 것 같다. 잘될 때야 좋지만 안 좋을 때도 그런 게 있다 보니까. 그걸 떠나서 이제 계속 잘할 일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번 가을에는 '빅보이'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이재원은 "선발로 나갔을 때는 제 스윙을 돌려서 상대 투수가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다. 가을야구는 한 점 싸움이니까 장타력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타로 나간다면 감독님이 저를 내보낸 이유를 보여드려야 한다. 저만 생각할 수는 없다. 팀이 이겨야 하는 만큼 팀을 위해서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잠실의 빅보이'라는 별명이 탄생한 이 잠실구장도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별명이 깃든 곳인 만큼 기억에 남는 홈런도 많을 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을 묻자, 이재원은 "잠실에서의 마지막 홈런"을 꼽았다. 이재원이 말한 '마지막 홈런'은 지난 7일 두산과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쏘아 올린 시즌 9호포였다. 잠실에서 기록한 개인 통산 18번째 홈런(154경기)이기도 했다. '빅보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잠실구장 중앙 백스크린을 직격한 비거리 145m의 대형 홈런이었다.
LG 이재원. LG 제공
하지만 그의 말처럼 아직 '마지막 홈런'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가을야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LG는 14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4-1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오는 17일부터 KIA 타이거즈와 5전 3승제의 승부를 벌인다. 이재원에게도 4년 전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갈 기회가 찾아왔다. 잠실에서 진짜 '마지막 홈런'을 때려낼 기회도 다시 찾아온 셈이다.
"잘해야죠." '잠실의 빅보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재원은 짧고 굵게 답했다. 아직 잠실구장과의 작별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잠실의 빅보이'는 그곳에서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