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뭘 봐야 할지 모를 때 다들 있죠? ‘김지혜의 별튜브’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선별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유튜브 채널 ‘꿀팁한입’ “이번에 아시안게임 했잖아.”
“그런 걸 했어?”
“우리나라가 매달도 땄잖아.
“잘됐네.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꿀팁한입’에 ‘요즘 한국 평균의 상태’라며 올라온 영상 속 일부 장면이다. 눈 밑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온 빡빡이가 “지긋지긋한 무한 루프에서 탈출해야 한다”며 호언장담했지만, 모든 것이 무기력하게 느끼면서 비롯된 모습이다. 요리도 시켜 먹으면 더 맛있는데 ‘굳이’이고, 여행도 갔다 오면 돈만 나가는데 ‘굳이’란다. 심지어 아시안게임은 개최했는지도 몰랐는데, 대한민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건 그냥 ‘남의 일’일 뿐이다.
‘꿀팁한입’은 이처럼 최근 사회적 이슈나 문화적 분위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풍자하는 유튜버다. 구독자 수 약 48만명을 보유 중이다. 파인애플과 감자를 연상시키는 등장인물의 단순한 그림체 탓에 내용도 가벼울 것이란 오해를 받기 쉽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현실적이고 묵직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아, 물론 뜬금없이 두 남자 캐릭터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등 ‘매운맛’ 연출도 빠지지 않는다.
사진=유튜브 채널 ‘꿀팁한입’ ‘꿀팁한입’이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건 약 5년 전이다. 당시에는 채널명처럼 ‘자기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확인하는 방법’, ‘대학교 인싸 되는 법’, ‘방귀 몰래 뀌는 방법’ 등 일상에서 써먹을 법한 ‘꿀팁’을 소개했다. 물론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럴듯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듯하다가 마지막에는 어김없이 허를 찌르는 개그로 웃음을 안기는 방식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공개한 ‘자기가 마기꾼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조회수 100만회에 육박하며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 마스크를 쓴 앵커는 “오늘은 자기가 마기꾼인지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다”며 능청스럽게 운을 뗀다. 이어 마스크를 벗을 때 마치 바지를 벗는 듯한 수치심이 들거나, 마스크를 쓴 자신의 모습이 유독 괜찮아 보인다면 ‘마기꾼’일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자가진단법을 늘어놓는다. 마지막에는 앵커 자신도 마스크를 벗는데, 울긋불긋한 여드름으로 뒤덮인 얼굴 하관이 드러나며 반전의 웃음을 선사한다.
고작 1분 남짓한 영상이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마스크가 일상이던 시절, 가려진 얼굴에 대한 기대와 실제 모습 사이의 간극을 빗댄 신조어 ‘마기꾼’이 유행하던 때였다. 이처럼 ‘꿀팁한입’은 누구나 한 번쯤 겪거나 들어봤을 법한 상황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비틀며 공감을 끌어냈고, 짧지만 강렬한 콘텐츠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꿀팁한입’
현재는 ‘꿀팁한입’만의 시그니처 캐릭터를 앞세워 독자적인 세계관까지 구축했다. 꽁지머리가 인상적인 파인애플과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속 훈이를 연상시키는 빡빡이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인공지능(AI)으로 구현되는데, 느릿느릿하면서도 묘하게 ‘킹받는’ 말투가 웃음 포인트다. 캐릭터들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출시돼 영상 밖 일상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콘텐츠 중에서는 ‘지금 지능 그대로 10살로 돌아가보기’ 시리즈가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88탄까지 제작됐을 정도다. 성인의 지능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진 채 10살로 돌아간다는 설정으로,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올 법하지 않은 현실적인 발언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가령 짝꿍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어차피 쌍수할 거니까 눈은 개성 있다”고 말하거나, 반 친구들에게 급식을 나눠주면서 “이래서 요새 자영업자들이 힘든가”라고 푸념하는 식이다. 천진난만한 초등학생의 모습에 어른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을 덧입힌 것이 이 시리즈의 핵심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