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휠체어럭비 대표팀이 대이변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16위 한국이 세계랭킹 1위이자 파리 패럴림픽 챔피언인 일본을 꺾고 아시안패러게임(APG)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23일 일본 아이치현 가리야시 윙 아레나 카리야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PG 휠체어럭비 결승전에서 일본을 53-50으로 꺾고 우승했다.
휠체어럭비는 전용 휠체어를 탄 선수 4명이 한 팀을 이뤄 상대 골라인을 통과하면 득점하는 경기다. 일반 럭비와 달리 몸이 아닌 휠체어를 이용해 상대를 저지한다. 코트에 나선 4명의 선수는 기능 등급의 합계가 8점을 넘을 수 없다. 선수마다 장애 정도에 따라 0.5점부터 3.5점까지 등급이 부여되며, 여성 선수가 출전할 때는 추가 점수가 허용된다.
한국 휠체어럭비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휠체어럭비 챔피언십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11년 만에 국제대회 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에선 한 단계 더 올라 금메달을 노렸다.
하지만 결승 상대는 세계 최강 일본이었다. 일본은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세계랭킹 1위의 강호다. 한국은 16위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다. 더욱이 일본 홈에서 열린 결승전인 만큼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까지 극복해야 했다.
그래도 자신감은 있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예선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꺾었다. 세계랭킹에서는 크게 뒤졌지만, 이미 일본을 상대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준 터였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결승전 역시 치열했다. 한국은 에이스 박우철(27·경상북도장애인럭비협회)의 연속 득점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일본도 에이스 하시모토 가쓰야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한국은 1쿼터를 14-13으로 앞선 채 마쳤다.
2쿼터에서도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한국은 박우철과 이성희(47·충청북도장애인럭비협회)가 공격을 이끌었고, 일본은 하시모토를 중심으로 맞섰다. 한국이 한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일본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며 전반전을 26-26 동점으로 마쳤다.
승부는 후반부터 조금씩 한국으로 기울었다. 한국은 하시모토를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수비 전략을 펼쳤다. 3쿼터 내내 한 점 차의 접전이 이어졌지만, 한국은 쿼터 종료 1.7초를 남기고 일본의 공격을 막아낸 뒤 득점까지 성공하며 40-38로 달아났다.
4쿼터에서도 한국의 집중력이 빛났다. 초반부터 강한 수비로 일본의 실수를 유도하며 점수 차를 4점까지 벌렸다. 하시모토를 향한 집중 수비가 효과를 보이자 일본의 공격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뜨거웠던 일본 관중들의 응원도 잠잠해졌다.
한국 선수들은 끝까지 침착했다. 서로 소통하며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일본의 추격을 막아냈다. 결국 53-5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종료 신호가 울리자 한국 선수들은 환호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세계랭킹 16위가 1위를 꺾은 대이변이었다. 지난해 11년 만의 국제대회 메달로 부활을 알렸던 한국 휠체어럭비는 이번에는 세계 최강 일본을 적지에서 제압하며 아시아 정상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