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존재감'이라는 단어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딱 정만식이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씨익 웃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리는 배우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당시 곽도원 뒤에 앉아 부채질만 했던 그의 손짓은 여러 번 언급되는 것을 넘어 궁금증까지 자아냈다.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는 전작 '대호'(박훈정 감독)에 이어 정만식의 아픈 손가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흥행을 예측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당연히 잘 되겠지'라는 생각보다 눈물날 만큼 행복했던 촬영 현장에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팀워크를 자랑했기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결과는 아쉽지만 자랑스러움은 여전하다.
황정민의 '고맙다, 잘했다' 한 마디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여린 감성의 소유자다. "우성이 형"이라는 호칭은 여전히 듣기 어색하지만 본인은 너무 자연스럽다며 "우성이 형이", "우성이 형은"이라며 끊임없이 정우성을 외쳤다. 정우성의 절친 이정재도 당황했을 정도라니 정만식 만의 강렬한 포스는 명불허전이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 팀워크 하나는 으뜸이다.
"'아 하면 어 하고, 어 하면 아' 하는 식이었다. 쿵짝이 잘 맞았다. 고민이 있어도 무조건 같이 해결했다. 혹시 누군가 못 따라오면 당겨주고 이끌어주고 더 해주는 그런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다 끄집어내 주시니까. 우성이 형 말이 맞다. 탈탈 털렸다. 가면 내 영혼이 없다. 그래야 작업할 수 있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됐다."
- 비슷한 현장이 한 번도 없지 않았나.
"없었다. 생각해 보니까 진짜 없네. 항상 만날 때마다 흥분되고 좋은 것도 한 몫을 한다. 내가 그들을 높게 사는 것처럼 그들도 나를 높게 사줬다. 감사하게도.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나에겐 배우 생활을 하는데 있어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그리워하면 안 되는데 걱정이다."
- 이런 캐스팅도 다신 없을 것 같다.
"내가 정민이 형에게 '10살만 어렸으면 문선모에 목숨 한 번 걸어봤을텐데'라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정민이 형이 '야 이런 영화 다신 안 나와. 끝이야. 이 조합 끝난거야. 이런 영화도 다 나왔어. 할 것 없어'라고 하더라. 그 만큼 완벽하다는 뜻이다."
- '무한도전' 출연까지 할 줄은 몰랐다.
"우리가 고맙다.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무한도전' 아니냐. 우리 특집으로 2주 분량을 꽉 채워준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촬영할 때도 정말 많이 챙겨주셨다. 하루 종일 힘들긴 했는데 그 만큼 고마웠다."
- 회식 자리까지 이어졌다고.
"원래는 1차로 고기를 먹고 흩어지려고 했다. 근데 우성이 형이 '하하야. 너네 가게 몇시까지 하냐'고 물었고 2차로 하하네 식당에 갔다. 정작 하하는 다음 날 중요한 스케줄이 있다면서 잠깐 있다 먼저 가고 세형이도 있다가 가고 나도 슬쩍 떠났다."
- 누가 남아 있었던 것인가.
"정신차려 보니까 우성이 형이랑 지훈이랑 둘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 때가 새벽 4시인가?(웃음) 내가 가고 김태호 PD까지 갔다고 하더라. 내가 나갈 땐 태호PD가 앉아 있길래 '오래 계시네' 싶었는데 바로 가신 것 같다. 지훈이는 '형 간 줄도 몰랐어요'라고 하더라. 그래도 우리끼리 마실 때 보다는 덜 마셨을 것이다. 분위기도 예의 있었고."
- '아수라' 프로젝트 자체가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났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모이기만 하면 무조건 술이었다. 시사회 끝나고도 오전 6시까지 마셨다. 그렇게 만나면 질릴법도 한데 이상하게 안 질린다. 밥 먹을 때 물처럼 술을 마셨다. 가끔 스태프들이 와서 '술 세팅 할까요?'라고 물어보면 '뭘 물어보냐'고 했다. 주종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 '무한도전'에서 곽도원 뒤에 앉아 쉴새없이 부채를 부쳐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땀을 하도 흘리니까. 정민이 형도 그렇고. 측은해서 양쪽으로 부쳐줬다. 그 날 정민이 형 하루종일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있지 않았냐. 더우니까 습기도 차고.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덥긴 더웠다."
- 가만히 있어도 존재감이 있다.
"가만 보면 내가 말을 많이 안 한다. 술자리에서도 그렇다. 지훈이가 없을 땐 떠드는데 있으면 말 수를 줄인다. 대신 30분에 한 번씩 입을 열면 그게 터진다. 대표님도 좋아한다. '만식이는 말 줄여. 더 줄여도 돼. 말 길게하면 재미없어'라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