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Dol'은 일간스포츠의 인기 인터뷰 '취중토크'의 젊고 가벼운 스핀오프 버전입니다. 차세대 K팝, K컬처를 이끌 트렌디한 스타들의 톡톡 튀는 요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배우 박소담(25)은 충무로를 이끌 신예로 급부상했다. '독립영화계 보석'이라 불리며 신인이란 타이틀을 훌쩍 뛰어넘는 연기력을 보였다. 20대 여배우 기근으로 힘겨웠던 영화계가 그의 출현에 만세를 부른 건 당연했다.
상업영화 데뷔는 지난해 개봉한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이어 김윤석·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검은사제들'로 그의 존재감은 관객들에게 성큼 다가섰다. 550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신 들린 듯한 박소담의 연기는 관객들의 기억에 짙은 인상을 남겼다. 제52회 백상예술대상(2015년 6월)은 주저하지 않고 그를 영화부문 신인상으로 호명했다.
그렇다고 꽃길만 걷진 않았다. 지상파 첫 주연으로 나선 KBS 2TV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가 조기 종영을 맞았다. 겹치기 출연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드라마와 걷도는 듯한 연기도 지적을 받았다.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어쨌든 연기뿐이었다.
현재 박소담은 tvN 금토극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들'(이하 '신네기')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사전제작 100%인 작품이다. 이미 촬영이 끝난 지 오래지만 어느 현장보다도 유쾌한 현장이었다고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네 명의 남자들에게 사랑받아 주변에서 정말 많이 부러워했어요. 근데 사랑을 한꺼번에 받으니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또 언제 해보겠어요.(웃음)"라면서 빈 술잔에 술을 채웠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요즘 워낙 술 마실 기회가 없어서요. 소주 1병 반 정도 마실 것 같네요. 사실 그렇게까지도 최근엔 안 마셔봤어요. 주로 간단하게 맥주 1잔 정도 해요."
-주사가 있나요.
"주사요? 친구들이 그러는데 술을 마시면 말이 좀 느려진다고 하더라고요. 술에 취해서도 뭔가를 계속 생각하면서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자주 어울리는 술친구는 누구인가요.
"고등학교 친구들과 주로 만나요. 연기하면서 만난 친구들은 자주 모이진 못해요. 가끔 일이 있으면 모여서 마시는 정도에요. 동네 친구들이라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거든요. 멀리 나가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나가봤자 동네에요. "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어요.
"주변에서 '검은 사제들'과 관련한 얘기를 많이 해서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수상을 예상하지는 못했어요. 수상 결과보다는 시상식 자체에 가는 게 떨렸어요. 오랜만에 드레스를 입고 가니까 설레더라고요. 그때 제가 굉장히 여유가 없을 때였어요. '신네기' 촬영이 끝나고 하루도 못 쉬고 시상식에 간 거였고 바로 다음 날부터 '뷰티풀 마인드' 촬영이 시작됐거든요. 근데 백상예술대상은 TV부문과 영화부문을 같이 시상하는 시상식이라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어요. MBC '라디오스타'에 또 출연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저길 어떻게 걸어가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가 정말 길었거든요. 이름이 호명된 후 엄지원 선배님과 이준익 감독님이 축하한다고 계속 얘기해주시고 개그맨 선배님들도 계속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주셨어요. 그러면서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님 얼굴이 생각나더라고요. 감독님의 그런 시도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끝까지 저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셨던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쇼트커트를 해보지 못하고 20대가 끝났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여러모로 감사했어요."
-주변에서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시상식 후에 곧바로 '뷰티풀 마인드' 촬영 준비를 위해 미용실로 이동했어요. 대사도 외워야 했죠. 정신이 없어서 며칠 지난 후에야 제대로 인사를 나눴어요."
-가장 인상 깊은 축하를 건넨 분은 누군가요.
"상 받고 나서 곧바로 감독님과 김윤석 선배님한테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정말 감사한 분들이라 바로 연락 드리고 싶었거든요. 윤석 선배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더 잘해야 하는데 늘 먼저 챙겨주시고 얼마 전에도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연기할 땐 몇 번 절 울리셨지만 배우 선배님으로서도, 인생 선배로서도 정말 좋아요. 만약에 다락방에서 한 달 동안 저 혼자 다 찍어야 했으면 진짜 정신병에 걸렸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항상 절 먼저 생각해주시는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유쾌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검은 사제들' 속 영신이와 만나 머리가 아팠지만 행복했다"고 수상 소감을 했어요.
"영신이란 인물을 오디션을 통해 만났어요. 처음 만날 때부터 머리가 아팠어요. 가자마자 가발망을 씌우지 않나 알 수 없는 언어들과 사자 짖는 소리, 개 짖는 소리…. 그 때부터 이 역할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삭발하는 건 두렵지 않았어요. 다만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장르와 5000살 먹은 악령을 표현하는데 뭐가 정답인지 몰라서 연기하는데 어려웠어요.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선택하실 수 있게끔 후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다양하게 하려고 학교에서 배웠던 모든 훈련들을 다 쏟아부었던 역할이에요. 그래서 끝나고 후회가 없었어요. 아주 후련했어요."
-2000대 1을 뚫고 영신 역을 따냈죠.
"오디션을 4차까지 봤어요. 2000명까지 몰린 줄 몰랐어요. 당시 '검은 사제들' 오디션 자체가 신인 여배우가 머리칼을 밀어야 한다고 해서 크게 이슈가 됐었어요. '설마 진짜 밀겠어?'란 생각이 있었는데 2차 오디션 때 가발망을 쓰라고 해서 '진짜 미는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죠. 가발망을 썼는데 거기 계신 분들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얼떨떨했었어요.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애도 아니고 머리가 길었기 때문에 그냥 묻힐 수 있었죠. 2차 오디션에서 가발망 쓴 모습을 봤을 때 감독님이 '얘 묘한데?'란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가발망이 오디션 결과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영화를 몇 번이나 봤나요.
"개봉하고 나서 영화관에 가서 봤어요. 친구가 시사회에서 제 눈을 똑바로 못 봤다고 다시 봐야겠다고 해서 같이 가서 봤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관객으로 잘 못 봤어요. 근데 얼마 전에 친척들이 모였을 때 VOD로 봤어요. 그땐 조금 떨어져서 볼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찍은 지 1년이 넘었으니까 영신이와 조금은 멀리서 떨어져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경성학교'와 '검은 사제들'을 비교한다면요.
"'경성학교' 때는 영신이를 만날 때와 다른 긴장감이 있었어요. 영덕이란 인물이 극 중에서 중요했어요. 이 친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주변 인물들의 분위기가 달라졌거든요. 아무래도 첫 주연이다 보니 부담감이 있었어요. 촬영 들어가기 2~3주 전에 캐스팅이 됐거든요. 그래서 정말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감독님이 '넌 잘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주셨어요. 단편영화와 크게 다른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제가 해내야 하는 역할이 커지니까 심적 부담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근데 또래들이랑 작업하면서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