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프로야구는 십 수년 동안 승부 조작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리그는 활력을 잃어갔다. 한때 11개에 달하던 구단 숫자는 4개로 줄어들었다. 야구팬의 외면 속에 명맥을 간신히 유지했다. 직업봉구연맹(CPBL)에게 승부조작 근절은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다양한 대책을 내놨고, 2009년을 마지막으로 7년째 승부조작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간스포츠 특별취재팀은 8월 대만 타이페이에 위치한 CPBL 사무실을 찾아 승부조작 예방 노력을 취재했다. 취재 뒤 추가적으로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다.
- KBO리그에서 승부 조작이 발생한 소식을 접했는가.
"물론이다. 승부 조작이 발생하면 프로 스포츠는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반드시 근절시켜야 한다. 더불어 승부 조작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와 예방이 필요하다."
- KBO리그는 자진신고 기간을 뒀다. 대만도 비슷한 사례가 있나.
"CPBL에선 비슷한 제도의 운용 사례가 없다."
- 승부조작으로 오랜 기간 몸살을 앓았다. CPBL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연맹은 구단 소속 선수와 코치를 대상으로 법리적인 교육과 함께 승부 조작 관련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선수의 안전 및 보호를 위해 안전조를 만들고 생활을 관리한다. 원정팀의 경우 지정 숙소와 협조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했다. 가능하다면 선수의 통화 내역까지 볼 수 있도록 장치화를 했다. 전화 제보를 통해 승부 조작 사실을 밝힐 수 있도록 제도화했고, 상금 지급으로 제보를 유도하고 있다. 만약 선수·코치가 조작 사실을 알고도 제보하지 않으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프로 선수는 계약금의 약 30%를 연맹이 지정한 전문 신탁기관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한다. 선수가 은퇴하면 승부조작 관련 여부를 조사한다. 가담 사실이 없다면 신탁 금액에 이자를 더해 돌려준다. 하지만 가담 사실이 밝혀진다면 구단은 구상권 청구로 신탁금을 몰수한다."
- 승부 조작이 발생하면, 어떤 절차를 거쳐 제재를 가하나.
"연맹은 선수의 승부조작 관련 사건을 인지하면 검찰과 조율해 처리한다. 구류나 구속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곧바로 영구제명 처리한다. 보석으로 풀려나온 이에게는 출전정지와 급여 지급 정지 조치를 취한다. 언론 등에서 혐의가 거론되는 수준이라면 별다른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구단 관찰 명단에 넣어 예의주시한다."
- 불법 스포츠도박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는가.
"대만 정부는 2009년 이후 스포츠복권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스포츠토토 외에도 관련 법규를 제정했다. 예를 들어 협박 등으로 베팅을 방해하는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유기징역 형에 처한다. 벌금은 1000만~3000만 위안(한화 약 3억6000만원~10억6000만 원)이다. 더불어 구단 경영법인과 단체·대표인·관리인과 관계자들은 검경의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범죄 사실 은닉이나 수사를 방해할 경우 조사를 거쳐 200만 위안(약 7000만원)에서 1000만 위안(3억60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 사법당국과 공조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연맹은 1999년부터 검·경의 협조 아래 관련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매년 선수와 구단 관계자를 교육하고 있다. 매경기마다 안전조가 배치된다. 경기장에서 수상한 인물이 드나들거나 선수 및 관계자와 접촉하는지 여부를 감시한다. 승부조작에 대한 의심이나 혐의가 있을 경우 구단과 연맹 인원으로 구성된 심사위(핵심심사)가 먼저 면밀히 검토한다. 그 뒤 검찰에 정보를 제공한다. 각 지방검찰청과 협조해 지역을 나눠 책임제도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정부기관 및 지역 검찰과 긴밀한 연락망을 운영하고 있다."
- 대만 리그 인기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들었다.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을까.
"승부 조작은 2009년 이후 발생하지 않았다. CPBL 소속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노력으로 평균 관중은 많이 회복됐다. 올시즌 전체 티켓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더 많다."(9월 6일 현재 평균 관중 6056명. 2008년엔 192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