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10개 구단 사장들이 참석하는 비공개 이사간담회가 18일 열린다.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안건 가운데 중요한 사안은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이다.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뉴미디어 중계권은 야구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정운찬 KBO 총재가 올해 초 취임하면서 프로야구 산업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고, 이를 위한 중계권 공개 입찰을 주요 실행 전략으로 공언했기 때문이다.
KBO 단장들로 구성된 KBOP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 2020년 KBO닷컴 출범을 고려해 2019년은 1년 계약으로 중계 업체 선정 ▶ 포털의 경우 실제 운영사 및 에이전시 모두 입찰 참가 가능한 중계권 입찰 진행 ▶ 비포털의 경우에도 실제 운영사 및 에이전시 모두 입찰 참가 가능한 중계권 입찰 진행 ▶ 입찰 RFP 내용 구성과 평가 시 입찰 기준 금액과 운영·발전 능력 평가를 위해 10개 구단 마케팅 팀장 참여 ▶ 입찰 평가 시 업체의 KBO 리그 기여도에 따라 가산점 부여 ▶ 입찰 선정사는 2020년 KBO닷컴을 통한 통합 중계권 입찰 진행 시 가산점 부여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단장들이 모여 의결한 사항은 사장 모임인 이사회에서 대부분 큰 조정 없이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KBOP는 단장들이 이사를 맡고 있어 더 그렇다. 하지만 중계권 관련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 A구단 관계자는 "새로 선임된 현장 출신 단장들이 많아지면서 아직 중계권과 관련한 사항을 잘 파악하지 못한 인사들이 많다"며 "중계권 협상은 구단 수익의 적절한 분배와 관련한 문제라 오히려 사장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정식 이사회와 별개로 별도의 이사간담회가 따로 열리는 이유다.
문제는 KBO 총재가 야심 차게 선언한 '오픈 비딩'이 허울뿐인 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단 각 구단 수뇌부와 실무자의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정황이 포착됐고, 올해 초 각 구단 마케팅팀장들이 결의한 내용이 실행위원회에서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입찰 평가 가산점 기준에 'KBO 리그 기여도'라는 애매모호한 조항이 들어간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B구단 관계자는 "구단 실무자들은 모바일 권리를 구단이 직접 계약하고, 나머지 뉴미디어와 관련해서 공개 입찰을 하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꽤 오랫동안 논의해 왔고, 이 부분에 합의도 했다"며 "반면 KBOP는 '모바일 시장에 비해 나머지 뉴미디어 시장이 너무 작으니 이대로 추진하면 입찰하는 업체가 없을 것이다. 뉴미디어 권리에 모바일을 포함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열린 KBOP 이사회에서 일부 구단이 반대 의견으로 돌아서면서 '완전한' 오픈 비딩을 원하는 KBOP의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C구단 관계자는 "KBOP 일부 관계자가 이사회에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해 KBOP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KBOP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케팅팀장 회의 때 나온 요청이 이사회에서 바뀌었을 뿐이다. KBOP는 팀장보다 윗선인 단장 회의의 결정에 따라 진행했을 뿐"이라며 "결국 사장단 결정에 모든 것이 달렸다. 공개 입찰과 수의계약 모두 안건으로 들고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답은 없다. 정 총재의 '공개 입찰' 공약 네 글자에 너무 연연할 필요도 없다. 공언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시장 환경과 질서에 동떨어지는 길을 택할 경우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 공개=방임이 아닌 탓이다. 결국에는 공정성과 수익성을 투명하게 확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길엔 시장 질서와 투명성이라는 명분이 포함돼야 한다. D구단 관계자는 "KBOP는 공정 경쟁을 내세우기 위해 오픈 비딩 방식을 선택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뉴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없음에도 그저 많은 돈(입찰액)을 써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취하겠다'는 생각을 한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며 "이사회에서 신중한 선택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