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스토브리그 쟁점 중 하나는 프로야구 중계권 중 하나인 뉴미디어(인터넷·모바일·DMB 등) 권리의 재계약이다. 뉴미디어 권리는 2014년 체결된 뒤 그동안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클라)가 독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뉴미디어의 폭발적 성장세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뉴미디어 권리를 에이클라에 일임한 탓에 '수익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는 지난 1월 취임사에서 "가치 평가와 합리적 계약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수익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곧바로 KBO는 4월 고강도의 외부 감사를 진행했고, 이어 8월 '모든 사업은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해 입찰 경쟁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행이란 사실상 수의계약이나 다름없이 사업자를 선정한, 이전의 일처리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이제 뉴미디어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에이클라와 5년 계약이 만료되는 뉴미디어 권리는 정 총재가 KBO 수장이 된 뒤 진행하는, 사실상의 첫 번째 중계권 관련 입찰이다.
취재 결과, 지상파 스포츠 케이블 3개 사와 통신 3개 사, 에이클라 등이 이번 입찰에 들어갈 확률이 높은 가운데 케이블 3개 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간스포츠가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한 결과, 이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KBO와 KBOP가 공히 중계권 입찰 시 자격 조건을 놓고 좀 더 신중해야 할 이유다.
뉴미디어 중계권 '끼리끼리' 할 경우 문제 소지 있어
"한 배를 탄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과 관련한 법조계의 시선이다. 지상파 3개 사의 스포츠 케이블(KBS N SPORTS·MBC SPORTS+·SBS Sports)은 이른바 컨소시엄을 앞세워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3개 사(kt·LG U+·SKT) 역시 이에 맞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분위기나 케이블 3개 사 연합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본지의 질의를 받은 해당 법무법인은 우선 지상파 케이블 3개 사의 동종 컨소시엄 구성 자체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 행위(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당한 공동 행위란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가 계약·협정·결의 기타 등 어떤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법무법인은 "프로야구 시청 점유율, 신규 진입에 허가를 요하는 방송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지상파 케이블 3개 사는 (프로야구 중계권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다"며 "동종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컨소시엄은 이번 중계권 입찰의 경쟁을 감소시키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만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란 관련 시장의 공급자나 수요자로서 단독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수량·품질 등의 거래 조건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사업자를 뜻한다. 즉, 법조계에서는 지상파 케이블 3개 사가 프로야구 중계권 시장에서 중계권료나 중계 방식 등의 거래 조건에서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다.
관건은 공정거래법상 지상파 케이블 3개 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할지 여부다. 이는 곧 지상파 케이블 3개 사가 뉴미디어 권리를 가져간다 해도 위법 소지가 있는 만큼, 향후 경쟁사 또는 입찰 참가자의 이의제기 등이 있을 경우 법정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얘기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상파 케이블 3개 사의 컨소시엄 구성이 결국 국내 프로야구 중계권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로펌의 한 변호사는 "지상파 케이블 3개 사가 뉴미디어 중계권을 가져갈 경우, 관련 콘텐트의 제작 및 유통·광고 등의 인접 시장에 시장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중계권 콘텐트 제작과 유통의 절대 권한이 생겨 제작비 전가, 재판매 폭리 등이 예상돼 시장 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지상파·케이블 중계권(2019년 만료)을 가진 '올드 미디어'가 모바일과 온라인이 중심인 '뉴미디어' 권리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