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상남자'인 줄 알았더니 이 남자, 참으로 사랑에 지고지순하다. 배우 장혁(41·본명 정용준)의 이야기다. 피트니스클럽에서 필라테스 강사였던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한 장혁은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묵묵하게 청일점으로 해당 수업을 들었고 드디어 고백, 6년간의 열애 끝 결혼에 골인했다. 지금은 세 남매를 둔 연예계 대표 다둥이 아빠다. 작품에도 열정이 남다르다. 지난 2월에 종영한 MBC 주말극 '돈꽃'을 통해 '추노'를 잇는 인생작을 경신했다. 복수의 화신 강필주가 돼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쫄깃한 반전 스토리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주말극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쉼을 택하지 않았다. JTBC '뭉쳐야 뜬다'에 출연해 '투 머치 토커'로 활약했고 일찌감치 차기작을 정했다. 5월 첫 방송 예정인 SBS '기름진 멜로'로 복귀한다. 쉼 없이 일해도 지치지 않는다는 장혁. 다만 아내를 향해 "육아를 많이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볼수록 자상한 남편상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평상시엔 맥주 2~3캔 정도 마셔요. 소주는 아예 못 마시고요. 하지만 작품이 시작할 때 단합을 위해서 마시거나 끝나고 종방연을 할 땐 좀 마시는 편이에요. 사실 술은 정신력 아닌가요. 선배와 후배들을 잇는 매개체니까 그땐 마셔요."
- 그렇다면 평소에 술 약속이 별로 없겠어요.
"개인적인 자리는 거의 연례행사 같은 거예요. 술 약속이 있는 날엔 마시긴 하는데, 많은 술자리에 가진 않죠. 보통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쉴 때 영화를 본다거나 TV를 볼 때 맥주 마시는 걸 좋아해요."
- 술버릇이나 주사가 있나요.
"자요. 한 두세 잔 마시면 잠이 와요. 그렇게 졸면 40분에서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또 마셔요. 생각보단 주량이 약하진 않은 것 같아요. 평상시에 운동을 많이 해서 술을 이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거죠."
- 절친한 술친구는 누가 있나요.
"친구도 있고 선배도 있고 정기적인 모임도 있는데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대부분 잘 못 나가요. 진짜 1년에 두세 번 정도예요. 대부분 시사회 뒤풀이나 콘서트 뒤풀이 같은 경우를 이용해 만나죠. '용띠클럽' 친구들은 다들 술을 좋아해요. (김)종국이도 술이 센 편인데 몸 관리 차원에서 잘 안 마시는 것뿐이지 마실 땐 잘 마셔요."
- 주로 쉴 때는 무엇을 하나요.
"평상시엔 운동해요. 사무실에 가서 사람들도 보고요. 아이들을 챙겨 줘야 할 일이 있으면 팔로우해 주고요. 그런 것 외엔 특별히 하는 게 없어요. 거의 '집돌이' 유형이에요. 학창 시절엔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사무실·복싱장·집 가끔 축구장에 가는 게 전부죠. 거의 그 사이클로 돌고 있어요. 그래서 어디 있는지 뻔히 보여요."
- 쉬지 않고 운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짜 생각해 보니 운동한 지가 30년이 넘었네요. 어렸을 때는 실제로 운동선수가 되려고 했고 열아홉 살 때부터 배우가 되려고 했는데, 땀 흘리는 게 좋았어요. 그러면서 나와 약속이 됐죠. 매일 운동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운동하면 멘틀이나 피지컬이 좋아지는 느낌이에요."
- 스케줄 때문에 운동을 못 할 경우도 있지 않나요.
"운동기구를 가지고 다니는 편이에요. 그러면 약식으로라도 할 수 있어요. 운동하고 가려면 촬영 콜 시간 받는 것보다 2시간 반 전에 일어나야 하는데 매번 그렇게 일어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넉넉하게 자는 것도 아니고요. 운동이 내 하루의 시작이니까 하고 나면 개운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체중 관리가 잘 안 돼서 열심히 해요."
- 살찌는 체질인가요.
"(살)찌는 체질인지 몰랐어요. 근데 운동을 며칠간 못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조금만 먹어도 바로바로 찌더라고요."
- 새로운 인생작 '돈꽃'을 만났죠.
"인생작이란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근데 사실 매번 인생작이란 생각을 가지고 연기해요. 밖에서 바라보는 결과가 다를 뿐이지, 배우는 해당 작품에서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열심히 하는 거예요. 물론 항상 좋은 점수를 낼 순 없죠."
- 주말극은 10여 년 만에 한 거였어요.
"주말극을 마지막으로 한 게 2000년대 초반이었어요. '왕릉의 대지'란 작품을 했을 때인데 그땐 주말극이랑 미니시리즈랑 별 차이가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제작비부터 여건까지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작품이 좋으면 주말이든, 미니(시리즈)든 상관없이 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SBS '마이더스'를 했을 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거든요. '마이더스'가 가지고 있던 사건이 세서 캐릭터가 끌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좀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해 보고 싶었는데 '돈꽃' 강필주란 캐릭터가 그런 느낌을 줬어요. 아직 설익었지만, 그런 거에 부합하는 나이가 돼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 김희원 PD님과 호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죠.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B팀 감독님이었어요. 단막극도 같이했었는데 이번에 '돈꽃'으로 입봉했죠. '이게 인연이구나!' 생각했어요. 입봉작인데 즐겁게 망하자고 농담 삼아 얘기했죠.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주말극은 기본 공식이 있는데 그 공식을 따르지 않았으니까요. 고민도 많았을 텐데 방송 이후 신선하다는 평을 받아 그렇게 쭉 가게 됐어요."
- 진짜 첫 회부터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사람들한테 스릴러적인 느낌으로 설득력 있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가장 잘 이끌어 줬어요. 배우들이 거기에 부합해서 앙상블이 잘 이뤄진 것 같아요."
- '돈꽃'부터 토요일 2회 연속 방송으로 편성이 바뀌기도 했어요.
"2시간 연속해서 하니 영화 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보통 드라마 공식은 1시간 안에 임팩트를 주는 건데, 이건 2시간이니까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어요. 영화 같은 느낌의 편성이었고 좋은 위치였죠. 역시 될 작품은 어떻게 해도 되나 봐요."
- 연기 베테랑들과 붙어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연기를 보여 줬죠.
"누군가를 넘어서야겠다는 것보다 내 연기에 설득력이 있나 없나가 고민이었어요. 내 역할에 맞게끔만 보여 주면 되는 거니까요. 배우에겐 자기 역할을 어떻게 잘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앙상블은 연출의 몫이죠. 준비를 많이 한 배우가 촬영장에서 더 돋보일 수밖에 없어요."
- 이순재 선생님과 호흡은 어땠나요.
"그 연배, 그 경력을 갖춘 배우는 그냥 되는 게 아니에요. 그만큼 무언가가 있다는 거죠. 인정해 드려야 해요. 배우는 프리랜서 인생이에요. 능동적으로 해야 해요. 운동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기본기를 잃으면 안 되고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해요. 이순재 선생님은 그런 길을 만든 분이죠. 우리 나이에 했던 고민을 그전부터 했을 텐데 얼마나 힘드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