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운행 중인 지하철에서 팬 사인회를 가진 김재박 LG 감독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운 시민들의 반응에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과 이종열·박용택·봉중근 등 LG 선수들은 이날 낮 유니폼 차림으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부터 사당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며 야구공에 직접 사인을 해 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벤트를 알고 있던 팬들과 지하철 안내 방송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 그리고 우연히 전동차를 함께 타게 된 승객 등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줄지어 사인을 요청했다.
김 감독 일행은 사당역에 내려 30분간 팬 사인회를 계속한 뒤 두산전을 위해 잠실구장으로 돌아왔다. 준비해 간 1000개의 야구공은 금세 동이 났지만 팬들의 행렬은 끊임 없이 이어졌다. 사인을 받기 위해 수원에서 올라온 팬도 있었고 미국에 사는 한 팬은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김 감독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 역을 찾았다고 한다. 역시 왕년의 최고 유격수답게 김 감독이 선수들을 제치고 팬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모았다.
김 감독은 "마침 두산과 3연전이 예정돼 있어서 그런지 두산한테 꼭 이겨달라고 부탁하는 팬들이 많았다"며 "지하철에서 팬들을 만나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팬들 곁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가면 야구 붐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