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수도권 구단에서 뛰는 선수 A는 '떨이 시즌권 논란' 기사(본지 19일자 6면 보도)를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구단이 시즌권 판매 개수를 늘리기 위해 선수에게까지 강매를 한다고 밝혔다. 이 선수는 "지난해 구단이 시즌권 20장을 주면서 연봉에서 시즌권 가격을 빼겠다고 하더라. 선수단과 합의 없이 구단이 마음대로 정한 규정이다. 황당했지만 구단과 마찰을 일으키기 싫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K리그 클래식의 일부 구단이 시즌권을 팔기 위해 선수까지 동원하고 있다. 시즌권을 헐값에 판매하는 것도 모자라 '실적'을 위해 선수들까지 동원하고 있다.
A선수는 "구단에 '줄 사람도, 팔 사람도 없다'고 항변했더니 구단 내부에서 결정한 일이니 따르라고 하더라"며 "고액 연봉자일수록 많은 시즌권을 사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구단은 선수 연봉 1% 정도를 시즌권으로 대신 지급하고 있다. 연봉이 1억원이면 100만원의 시즌권을 강제로 사야한다는 의미다. 선수들은 불만이 있어도 구단 눈 밖에 날까봐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구단은 지난 시즌까지 시즌권을 정규리그 도중 선수들에게 갑자기 지급했다. 팔다 남은 시즌권을 '재고 처리'하는 형식이었다. 이 구단 소속 선수 B는 "정규리그가 다 끝나가던 10월에 시즌권 10장을 들이밀더라. 어이가 없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민망했다. 어쩔 수 없이 사서 버렸다"고 털어놨다.
시즌권을 선수들에게 파는 구단의 논리는 그럴 듯하다. 선수들의 가족과 지인에게 공짜 표를 주지 않을 테니 직접 사서 선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즌권을 할당받는 선수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즌권을 강매당했다고 밝힌 C선수는 "시즌권을 받으면 팬들에게 공짜로 선물했다. 그런데 시즌권이 너무 많아 지인에게 선물하고도 남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구단과 얽혀있는 이들도 시즌권 판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도민구단은 지역 공무원들에게 시즌권을 강매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구단주가 시장이나 도지사라서 공무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축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의 하청업체들도 시즌권을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한다. 기업 구단의 한 관계자는 "모기업과 사업으로 얽혀있는 업체 대부분이 시즌권을 산다. 모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