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일 대만의 타이베이세계금융센터에서는 펑청하오 아시아야구연맹(BFA) 회장은 대만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펑 회장은 “야구와 소프트볼의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 복귀는 확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IOC에서는 본선 참가국을 6개국으로 제한하길 희망한다. 8개국으로 늘리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의 올림픽 복귀는 한국 야구에게도 숙원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의 프로야구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에 걸린 이익은 일본 다음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대한야구협회(회장 박상희)의 외교력에는 커다란 의문 부호가 찍힌다. 협회 내부에서도 “정보도, 능력도 없다”는 자인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11월 20일 일본 도쿄에서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집행위원회가 열렸다. 펑 회장이 대만 언론에 밝힌 내용도 이 회의에서 논의됐다. 한국에선 이병석 전 대한야구협회(KBA) 회장이 집행위원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회의 도중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KBA 관계자는 “주요 안건이 진행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하지만 2월 22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BFA 집행위원회에선 이 전 회장의 중도 퇴장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한 회의 참석자는 “WBSC와 BFA가 최근 한국에 상당히 실망하고 있다. 지난 한 번이 아니라 수 년 동안 누적된 불만”이라고 전했다. 대한야구협회에선 이병석 전 회장이 WBSC 집행위원, 김종업 부회장이 BFA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종업 부회장은 2월 BFA 회의에 자비를 들여 통역을 데려갔다. KBA에서 직원을 동행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5월 협회 회장 선거에서 박상희 현 회장에 맞서 출마해 한 표 차로 낙선했다. 좋은 사이가 아니다.
한국의 국제야구계에서 주요 국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른 회원국들의 빈축을 사는 처지로 전락했다. 아시아야구는 한국, 일본, 대만 세 나라가 사실상 주도한다. 회장도 돌아가며 맡는다. 2009년 강승규 KBA 회장은 아시아야구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한국 순번 회장이 '당연직'으로 나올 선거였다.
하지만 당시 일본과 대만 쪽에선 “한국이 무리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왔다. 2013년엔 이병석 당시 회장이 출마를 강행했다 낙선해 망신을 당했다. 특정 국가에서 회장을 연속으로 뽑지 않는 BAF의 관례를 무시한 처사였다.
대한야구협회가 아시아야구에서도 ‘관심사병’이 돼 버린 가운데, 대만은 올림픽 예선을 겸한 2019년 프리미어12 개최를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왔다. 펑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개최권 90%는 손에 넣은 상황”이라고 장담했다.
야구의 올림픽 복귀는 대한야구협회 차원에서도 위상을 끌어올릴 기회다. 국가대표 선수를 차출해야 할 프로야구와의 협조도 중요하다. 하지만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올림픽과 관련해 대한야구협회로부터 한 번도 상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 야구계에서 한국을 대표해야 할 대한야구협회는 아직도 지난해 5월 끝난 회장 선거를 치르고 있는 듯 보인다. 선수만 국가대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