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는 지난 2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제작사와 출연자간 계약서를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제작사의 어떠한 편집에도 출연자는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에 태클을 걸었다. 누가봐도 출연자에게 불리한, 시정돼야 할 내용으로 봤다.
하지만 당시 엠넷은 인정하지 않았다. "계약서 유출이 유감스럽다고 했고, 문제제기된 조항 역시 범용적인 내용이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있는 계약서를 입수해 보도한 기자에게 '유감스럽다'고 말한 태도나 '넓리 쓰이는 표현이니 문제될게 없다'는 식의 답변이 한심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태클은 걸지 않았다. 이들의 태도가 쉽게 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CJ E&M에 방송 출연 조건과 관련한 12개의 불공정 계약조항을 바로잡도록 했다. 대부분 문제가 제기됐던 조항들이 지적받았다. 출연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한 내용부터, 사용료 지급 문제, 이미지 손상해 계약 해지시 3000만원 배상 문제까지 시정조치를 받았다.
엠넷이 말하는 것처럼 출연자에게 불리한 계약서 문제는 비단 '프로듀스 101'만의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문제는 문제고, 잘못되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범용적이라고 해도 말이다.
엠넷이 101명의 소녀들이 잘못되길 바라고 작성한 계약서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소녀들이 잘되길 바라면서 작성한 계약서 또한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녀들보다 프로그램의 성공적 론칭이 더 중요한 계약서다. 소녀들에게 불리한 계약서인걸 알면서도, 을의 입장에서 지적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작성한 계약서였다.
열다섯, 열여섯살 소녀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는 어른으로서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스101' 촬영 당시 소녀들이 탈락하는 회차의 녹화 직전, 한 PD는 스태프들에게 "오늘부터 함께하지 못하는 소녀들이 결정되는 녹화지만 시청자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계속해서 꿈을 응원해줄 수 있게 스태프들이 각별히 신경써서 녹화에 임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모든 제작진이 그런 마음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번엔 엠넷이 도마위에 올랐지만, 지상파를 들여다보면 더 심각한 문제들이 산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