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 '빅3'의 3분기 실적에 희비가 엇갈렸다. 3개 사 중 맏형인 롯데백화점과 업계 2위인 현대백화점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소비 침체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신규 출점 효과 등에 힘입어 나홀로 선방했다. 이에 업계 순위도 롯데-신세계-현대 순으로 새롭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성장 늪에 빠진 롯데·현대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하락한 7조5780억원, 영업이익은 57.6% 감소한 745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만 보면 3분기 매출 1조9020억원, 영업이익 570억원으로, 각각 작년 동기 대비 3.6%, 8.6% 감소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소공동 본점의 경우 사드 보복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 영향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해외 사업 또한 부진했다. 롯데백화점 해외 사업은 3분기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4223억원으로 0.3%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594억원으로 6.9% 줄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3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판교점·디큐브시티점 등 일부 점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점포들이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며 "특히 천호점·대구점·울산점·울산동구점 등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홀로 웃은 신세계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시장 상황이 어려운데도 선방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3분기 매출액은 대구점 포함 442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97억원을 기록해 7.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6%, 8.6% 줄어든 롯데백화점과 비교하면 호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 같은 호실적은 지난해부터 문을 연 신규점 효과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체험 위주의 전문관을 도입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작년 8월에 새로 단장한 강남점은 재오픈 1년 만에 매출이 21.8% 증가하는 등 순항 중이다. 강남점은 리뉴얼로 영업면적을 기존 5만5500㎡(1만6800여 평)에서 8만6500㎡(2만6200평)로 늘려 서울 지역 최대 면적의 백화점으로 탈바꿈했다.
작년 12월 15일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 문을 연 대구점 역시 오픈한 지 1년이 안 됐지만, 백화점 실적 상승을 견인한 주요 점포다. 대구점은 오픈 100여 일 동안 하루 평균 10만 명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신세계는 대구점의 인기 요인을 지역 최대의 매장 규모와 콘텐트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대구점 면적은 10만3000㎡(3만1200여 평)의 지역 최대 규모를 갖췄다. 백화점 내에 아쿠아리움과 옥외 테마파크 '주라지', 스포츠 테마파크 '트램폴린 파크' 등도 입점시켰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구점이 개장 1년 차 매출 6000억원을 돌파하는 국내 최초의 지방 점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순위 재편
신세계의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국내 백화점 업계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 업계의 순위는 롯데-현대-신세계 순이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롯데가 8조8230억원으로 단독 1위를, 현대(1조8318억원)와 신세계(1조6437억원)가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신세계가 매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업계 순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당장 올 3분기 실적만을 놓고 보면 롯데-신세계-현대 순으로 변경됐다. 신세계의 매출액은 현대보다 약 200억원가량 높았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순위 체계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가든파이브씨티 아울렛을 제외하곤 신규 출점이 없어 외형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세계는 지난 8월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에 백화점을 입점시키면서 4분기 전망도 밝은 상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4분기에도 뚜렷한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백화점 업계의 순위 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아웃렛 매장이 백화점 매출과 함께 실적에 집계돼 백화점 부문만 놓고 보면 신세계가 이미 현대를 제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