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 눈물짓던 유통 1번지 명동 상인들 “2018년 희망 사항요?”
일간스포츠

입력 2018.01.01 06:00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유통 1번지’ 명동거리를 오가고 있는 행인들. 명동 상인들은 2018년에는 중국 뿐 아니라 영미권, 아시아권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길 희망했다. 정시종 기자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유통 1번지’ 명동거리를 오가고 있는 행인들. 명동 상인들은 2018년에는 중국 뿐 아니라 영미권, 아시아권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길 희망했다. 정시종 기자


“발길 끊은 요우커들 다시 찾아오면” “월세 낼 수 있길” “자녀한테 신세 안 지고 살고파”
 
30년 동안 명동을 지켜 온 상인들의 2018년 새해 소망은 이랬다. 중국인 관광객(이하 요우커)이 90% 가까이 줄어들면서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지만, 이들은 “2018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었다.

‘대한민국 유통 1번지’ 명동은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의 쇼핑 명소로 통한다. 이 중에서도 요우커는 명동 지역의 ‘큰손’으로 꼽힌다. 2010년대 아시아 지역에 ‘한류’ 붐이 불면서 유입되기 시작한 요우커는 대륙의 압도적인 소비력을 앞세워 명동을 견인하는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했다.

요우커를 앞세워 순항하던 명동은 중국 정부가 2017년 3월 ‘사드 보복’을 시작하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외교 정상화를 꾀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학생비자를 받고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왕니(21)씨는 “아직도 베이징과 상하이 말고는 한국행 관광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무술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찾은 명동거리는 연말답지 않게 한산했다. 명동거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전염병인 ‘메르스 사태’ 때보다 손님이 없다. 월세 걱정을 해야 할 형편”이라며 “정부는 한중 외교가 정상화됐다고 하는데 여전히 중국 본토에서 오는 관광객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30년 명동 토박이 상인들… “가장 힘들었던 2017년”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유통 1번지’ 명동거리를 오가고 있는 행인들. 명동 상인들은 2018년에는 중국 뿐 아니라 영미권, 아시아권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길 희망했다. 정시종 기자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유통 1번지’ 명동거리를 오가고 있는 행인들. 명동 상인들은 2018년에는 중국 뿐 아니라 영미권, 아시아권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길 희망했다. 정시종 기자

1982년부터 명동거리에서 노점상을 꾸려 온 김순기(58)씨의 생각도 같았다.

“사드 보복이 풀렸다고 하는데 지금 명동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래도 2015년 메르스 사태는 후폭풍이 길지 않았거든요. 이번 사드 보복은 정상화되려면 시간이 몇 년은 더 걸릴 것 같네요.”

스무 살 때 전라도에서 상경한 김씨는 그동안 군밤과 어묵ㆍ감자튀김을 팔면서 명동을 지켜봐 왔다. 35년 동안 명동거리의 흥망성쇠를 온전히 목격한 셈이다. “1990년대 인근 충무로 영화계가 번성하면서 명동도 활기를 띠었죠. 스타들도 많이 찾았고, 최첨단 유행의 중심지였고요. 그때가 벌이가 좋은 편이었어요.”

양윤석(63)씨는 명동지하상가에서 31년째 안경원을 하고 있다. 그는 한때 ‘다이궁(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소규모로 물품을 거래하는 보따리상)’과 해외 관광객의 ‘명소’로 꼽혔던 명동지하상가가 최근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온종일 가게에 매달려도 임대료는커녕 한 달에 100만원을 손에 쥐기도 빠듯한 실정입니다. 이곳에 입주한 세입자 모두 평균 2개월씩 월세가 밀려 있어요.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게는 세입자 권리를 보장해 주고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막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양씨의 말이다.
 
양씨는 ‘명동의 전성기’로 일본인 관광객이 밀물처럼 들어왔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를 꼽았다.

양씨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이곳 명동에 와서 엔화를 많이 쓰고 갔지요. 그때는 상인들이 모두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최근에는 중국어 삼매경에 빠졌었는데… 이제는 다들 발만 구르고 있어요.”




김씨와 양씨, 두 사람은 명동을 두고 “농부에게 농토가 그렇듯 우리에게는 삶의 터전”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2018년에 꿈꾸는 소망도 비슷했다. “우리가 무슨 큰돈을 벌길 바라겠습니까. 그저 새해에는 끊겼던 중국 관광객이 다시 찾아와 자식들한테 신세 지지 않고 살고 싶을 뿐이지요.”
 
‘명동 간판’ 뷰티 업계… “중동ㆍ영미권 손님도 늘면"

2010년대 명동은 국내 화장품 업계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미샤ㆍ네이처리퍼블릭ㆍ이니스프리 등 한국 화장품의 세계화를 이끈 로드숍들이 명동거리에 대거 몰려 있다.

대만인 관광객인 정우진(24)씨는 “명동은 화장품으로 유명하다.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한국 화장품이 K-POP 못지않게 인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드 보복은 명동 지역 뷰티 업계도 피해 가지 못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월드점의 김규태(41) 실장은 “2017년은 업계가 모두 정말 힘든 해였어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월 매출로는 가겟세와 월급을 주기도 빠듯한 상황이었죠”라고 털어놨다.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유통 1번지’ 명동거리를 오가고 있는 행인들. 명동 상인들은 2018년에는 중국 뿐 아니라 영미권, 아시아권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길 희망했다. 정시종 기자

미샤 명동 1호점의 이진영(34) 점장 역시 “2~3년 전만 해도 중국 신용카드 결제가 하루 30~40건에 달했는데 지난해에는 하루 1건 정도까지 줄었어요”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김 실장은 “중국어 말고도 영어와 아랍어, 동남아 주요 나라의 언어로 쓴 포스터를 가게 안팎에 걸고 새 고객 유치를 위해 노력했어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와중에 그럭저럭 버텨 낼 수 있던 비결”이라며 “우리나라 코스메틱의 제품력은 여전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중국과 외교 정상화와 함께 중동 등 구매력이 큰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
력해 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우숙(40) 이니스프리 매니저는 "수년 전부터 매장을 제주도를 연상 시키는 카페처럼 꾸며 관광객의 거점지로 삼았어요. 그래서인지 중국 말고도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우리 매장을 꾸준히 찾게되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이 점장은 “한복이 새겨진 핸드크림 등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등을 출시하면서 중국 말고도 다른 관광객을 모시려고 애썼어요”라며 “그래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2018년에는 중국 말고도 중동과 동남아시아 고객이 늘어서 지난해보다 매출이 20%만 더 오르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2017년 ‘사드 한파’에 눈물짓던 명동 상인들이 2018년 황금개띠의 해를 맞아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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