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는 올 시즌 출전한 39경기에서 타율 0.338를 기록했다. 개막전이었던 4월 4일 잠실 KIA전부터 16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뜨거운 4월을 보냈다. 그러나 5월에는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 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를 남겼다. 최근 7경기에서는 멀티히트가 없다.
김태형 감독은 "타율은 높은 편이지만, 타격감이 아주 좋았을 때보다는 조금 떨어진 것 같다. 그러나 곧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사령탑은 박건우의 타격감보다는 최근 엿보이는 조바심을 더 경계하는 눈치다. 박건우가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 주고 있다고 본다. 김 감독은 "만루 상황 등 중요할 때 고민을 하는 게 보이더라"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의 기술과 멘털 관리는 가급적 각 파트 코치에게 맡긴다. 그러나 한마디를 해줄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면 직접 나선다. 7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 감독의 눈에는 선수들의 심리 상태가 훤히 보인다. 그는 "걸음걸이만 봐도 안다"며 웃었다. 주전급 몇 명은 더욱 그렇다.
22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도 박건우에게 먼저 다가섰다. 김태형 감독은 "올림픽도 있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도 걸려 있다. 행복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데 왜 그토록 고민하느냐고 얘기해줬다"라고 전했다.
박건우는 현재 리그 외야수 중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선발되면 1군 등록일수를 채울 수 있는 포인트를 포상으로 받게 된다. 올 시즌 종료 뒤 FA 자격을 얻을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런 상황이 박건우를 더 압박하고 있다고 본 모양새다. 선수가 조바심을 떨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타석에서는 더 적극적인 타격을 요구한다. 생각을 비워야 한다는 의미다.
김태형 감독은 종종 부진하거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를 향해 이처럼 핵심을 찌르는 한 마디를 직접 건넨다. 일종의 멘털 관리.
박건우는 22일 롯데전에서 소속팀 두산이 0-3으로 지고 있던 7회 말 무사 1·2루에서 호투하던 상대 선발 투수 박세웅을 강판시키는 좌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