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리에게 한계는 없다. 영화 ‘아가씨’에서 야망 넘치는 숙희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시대의 가슴 아픈 사랑을 겪는 고애신으로,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변신하며 심지 있는 연기를 펼친 김태리의 이번 선택은 열혈 고등부 펜싱 선수였다.
종영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4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김태리는 1998년 고등학생 나희도의 목소리로 꿈을 좇는 이들을 당차게 대변했고, 겁 많은 어른들을 따끔하게 혼냈다. 첫사랑에 웃고, 친구와의 이별에 우는 청춘 나희도의 모습은 모두의 ‘그때 그 시절’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기에 완벽했다. 김태리는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낭만이 가득한 나희도가 부러웠다고 했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반응을 예상했나. “예상을 전혀 못 했다.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 같다. 너무 놀랍고 너무 감사하다.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작가님, 감독님, 제작진들이 고생하면서 만든 작품이 좋은 결과로 보답 받는 느낌이라 너무 잘 된 것 같다. 기분 좋다.”
-드라마 결말에 대한 추측이 정말 활발했는데 부담은 없었나. “부담은 없었고 너무 재미있고 놀랍고 신기했다. 전작을 할 땐 못 느꼈던 신기한 점이다. 보는 분들이 이렇게 열심히 분석하면서 드라마를 보는구나, 알게 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희도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 “시대적으로 엄청난 공부를 하면서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나희도 그 자체에 집중했다. 펜싱을 너무 좋아하고, 꿈을 향해 달리고, 이 순간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중요한 나희도 자체.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했고, 희도가 나에게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희도는 사랑에 있어 직진하는 타입인데 비슷한가. “희도처럼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직진하고 열망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게 너무 아쉽다. ‘내가 이 사람을 갖고 싶어!’ 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그런 상대가 나타나 줬으면 좋겠다.” -고유림과 나희도의 케미스트리가 큰 화제다. 현장에서 보나와의 호흡은 어땠나. “보나와 이야기를 되게 많이 나눴다. 유림이랑 희도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차원을 떠나서 인간적인 대화를 많이 했다. 보나는 아이돌 생활을 겪었고, 어렸을 때부터 겪은 사회생활이나 싸워온 경험들이 많지 않나. 되게 존경스러웠다. 보나는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희도처럼 고집이나 승부욕이 센 편인가. “연기에 있어 고집은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유연한 마음과 유연한 생각이 중요하다. 승부욕은 진짜 세다. 이기는 걸 너무 좋아한다. 지면 너무 화가 난다. 그래서 펜싱이 재미있었다. 결투하는 스포츠고, 승자와 패자가 있고 이런 부분이 잘 맞았다. 그런데 희도는 패배를 잘 인정하지 않나. 나는 인정하면서도 차오르는 짜증이 있다. 그런 점은 희도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펜싱 연습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진짜 힘들었다.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 안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몸이 막 거덜 날 정도로 했다. 주변에서 ‘뭘 이렇게까지 해?’ 할 정도였다. 펜싱이 즐거워서 그렇게 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 정도까지 하면 안 됐구나, 라는 생각도 한다. 나 스스로 절제하면서 드라마 촬영에 쓸 에너지를 아꼈어야 할 필요도 있더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희도와 김태리는 많이 닮았나. “되게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표현하고 연기하기에 엄청나게 어렵지 않았다. 특히 순수하고 밝고 당당하던 초반의 희도를 연기할 땐 자유롭게 연기했다. 되게 행복했다.”
-실제 학창시절과 나희도를 비교하면. “일단 희도처럼 꿈이나 낭만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매여 사는 학생이었다. 친구가 나에게 화를 내면 일주일 동안 고민하고, 싸우고, 당장 이런 게 중요했지, 나의 미래나 꿈에 대해 설레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낭만이 없는 학창시절이라 그런 면에서 희도가 부럽다.” -희도의 성장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때가 있나. “예전에는 ‘당연히 성장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요즘 반문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쉴 틈이 없어서 몸이나 마음이나 지쳤었다. 큰 고비였다. 그걸 넘어서서 이겨냈어야 했는데 버티기밖에 못했다. ‘내가 이 정도로 약한 사람인가’하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인정하면서 현타도 조금 받았다. 지금은 회복 단계다. 이런 것도 성장 아닐까.”
-예전 인터뷰에서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런가. “재미있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가끔 오는데 정말 재미있다. 너무 행복하고 눈물 날 정도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도 정말 정신없이 바쁜 현장이었음에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그럼 진짜 눈물이 나더라.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지만 지나갈 걸 알아서 슬펐다. 아직도 연기는 그만큼 재미있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큰 목표는 아니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것. 곧 개봉할 영화 홍보도 열심히 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