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했던 국내 주식 시장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관련주가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첫 방영 이후 '우영우 신드롬'이 터지면서, 제작사는 물론 드라마 주연 배우의 소속사까지 주가가 상승기류를 타는 모습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드라마 우영우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주가는 첫 방영 이후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6거래일 동안 연속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 29일 1만7200원에 장을 마친 에이스토리 주가는 들썩이더니, '우영우 신드롬'이 터지면서 4일 1만8600원에서 11일 3만1350원까지 쭉쭉 올라갔다. 6거래일 만에 1만2750원이 오른 것이다. 이후 등락을 이어가며 최고가 3만5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방영 한 달도 안 된 현재 에이스토리의 시가총액은 무려 1500억원가량이 불어났다. 지난달 29일 기준 에이스토리의 시총은 1639억원에 그쳤지만 이날 기준 시총은 3121억원이다. 15거래일 사이 시총이 1482억원 증가한 것이다.
우영우 덕이었다. 드라마는 첫 방송에서 시청률은 0.9%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9.6%까지 치솟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스토리 비즈니스 모델이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국내외에 방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중”이라며 “자체 IP 확보 드라마 라인업이 본격화되며 실적 개선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에이스토리 주식을 89억6860만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스토리 외에도 개인투자자가 주목하고 있는 우영우 관련주는 또 있다.
에이스토리와 함께 제작을 맡은 KT스튜디오지니가 지분 35.97%를 보유한 자회사 지니뮤직은 지난 5일 기준 3660원에 거래되던 주식이 이날 5000원대에 거래됐다.
ENA 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라이프도 우영우 수혜주로 꼽힌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5일 8050원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14일 1만200원까지 오르다가 현재 9000원대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KT 자회사이자 미디어커머스 통합 플랫폼 케이티알파도 계열사의 상승세에 힘입어 최근 5거래일 동안 26.42%가 올랐다.
올해 코스피가 작년 말 2900선에서 2300선까지 떨어지는 등 국내 증시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 와중에 대박 난 드라마 한 편이 오랜만에 유가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는 "우영우 드라마가 너무 핫해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라마 때문에 OTT 관련 업종 분위기가 살아났다" "에이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관련주도 계속 주목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테마주 특성상 주가가 크게 급등한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관련주가 급등했다가 다시 수직 하락한 사례를 예로 든다.
그렇다고 테마주는 단타 수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쁘게만 볼 수만은 없다. 문제는 정보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이 기대만큼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추격매수를 하고 있고, 고점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본인의 투자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며, 투자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직접 투자 보다는 주식투자 전문가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거나 전문가의 자문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