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프리 라미레즈(29·한화 이글스)가 또 한 번 호투했다. 2015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임팩트를 보여줬던 에스밀 로저스(37)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라미레즈는 2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6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경기가 3-3(연장 12회)으로 끝나 시즌 2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라미레즈의 성적은 압권이었다. 6월 1일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화와 계약한 그는 KBO리그 5번의 등판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03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99, 피안타율까지 0.157로 낮았다. 최근 3경기에선 19이닝 14탈삼진 무실점으로 '철옹성' 그 자체였다.
라미레즈는 삼성전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경기 시작부터 3회 2사까지 8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3-0으로 앞선 3회 2사 후 세 타자 연속 안타로 2실점 했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2사 2루에서 호세 피렐라를 6구째 시속 127㎞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4회와 5회를 피안타 1개와 볼넷 1개로 막아낸 라미레즈는 6회 마지막 고비도 넘겼다.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 초 선두타자 피렐라와 후속 김상수를 연속 안타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원석을 헛스윙 삼진, 김태군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강민호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만루에선 김지찬을 평범한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시켰다. 라미레즈는 7회 배턴을 불펜에 넘겼다. 투구 수가 107개(스트라이크 67개)로 KBO리그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다(종전 106개)였다.
삼성전에서 라미레즈의 컨디션은 100%가 아니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13이닝 2피안타를 허용했다는 걸 고려하면 출루 허용이 잦았다. 보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버텨냈다. 최고 구속 시속 150㎞까지 찍힌 포심 패스트볼에 커브,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을 다양하게 섞었다. 경기 뒤 평균자책점이 소폭 상승(1.03→1.39)했지만, 여전히 수준급이다.
라미레즈의 활약은 7년 전 로저스를 연상시킨다. 2015년 8월 쉐인 유먼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된 로저스는 KBO리그 데뷔전 완투승에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선 완봉승을 거뒀다. 첫 시즌 활약(6승 2패 평균자책점 2.97)에 힘입어 재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2016년 6월 팔꿈치 부상으로 한화를 떠났지만 2018년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하며 KBO리그로 '리턴'하기도 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 성공 사례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선수가 로저스인데 라미레즈의 활약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복덩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