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얼리 브랜드 제품을 정교하게 카피한 국산 '짝퉁' 주얼리가 들끓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 종로 일대 귀금속 매장에 국한돼 있지만, 최근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 무대가 된 모양새다. 명품 가방과 시계가 이른바 '흔템(흔한 아이템)'이 되면서 고가의 주얼리 모조품으로 이를 대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종로에서 인스타로 간 짝퉁 주얼리
"현존하는 최고 퀄(퀄리티)이라고 자부해요. 정품을 사다가 그냥 만들었다니까요."
40대 주부 김현진(가명)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 여성이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면서 명품 브랜드 '샤넬'의 코코크러쉬 반지와 팔찌 목걸이 디자인을 카피한 모조품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피드에는 '에르메스'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앤코' 등 다양한 명품 카피 주얼리 사진이 빼곡했다. 김 씨는 "정품이랑 똑같아 보이더라. 게다가 금이라고 해서 순간 솔깃했다"고 털어놨다.
본지 확인에 따르면 짝퉁 주얼리 가격은 대부분 정품 대비 30~50% 수준에 형성돼 있었다. 여기에 금 함량이나 보석류 추가 여부에 따라 변동이 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나 자개는 별도 보증서가 없어서 등급 판단이 어렵다. 일부 업체는 작은 천연 다이아몬드는 큰 가치가 없다면서 큐빅을 넣으라고 유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금은방과 SNS 등에서 판매되는 가품은 전국에 흩어진 주얼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산은 금을 사용하지 않고 디자인만 카피하지만, 국산은 금 함량은 물론 색깔까지 고를 수 있어서 정품과 흡사하다고 평가된다.
인스타그램에서 가품을 판매하는 A 씨는 "정품을 가져다가 1대 1로 비교해서 제작한다. 인기 있는 코코크러쉬의 경우 모양만 같은 것이 아니라, 무늬에 따른 높낮이까지 똑같이 맞추려고 몇 번이나 공정을 거듭한다"고 설명했다.
가품 주얼리를 판매하다가 아예 스스로 공장을 차리는 이도 있다. B 씨는 "내 공장이 없어서 답답해서 아예 차렸다"며 "정품 맞춤 제작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 SNS 속 샘플 사진도 판매용과 다른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가품 차고 명품 매장에 버젓이 등장
가품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짝퉁 주얼리를 가지고 정품 명품 매장에 AS를 맡기러 오는 고객도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백화점에 입점한 티파니앤코 매장 관계자는 "가품을 들고 서비스를 해달라고 오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직원의 눈을 속여 운이 좋게 세척 서비스는 받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AS까지 하면 여지없이 들통난다. 그럴 때는 정중하게 '정품이 아니어서 서비스해드릴 수 없다'고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백화점에 입점한 반클리프아펠 매장은 가품을 들고 와 세척이나 AS를 맡기는 고객 때문에 입구에서 돋보기를 들고 정·가품 여부를 검증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30대 주부 C 씨는 "요즘 유행하는 샤넬의 코코크러쉬나 반클리프아펠 알함브라 라인은 가짜가 많아서 그러려니 한다"며 "그런데 '설마 이런 것까지 짝퉁을 만들까' 싶은 제품도 어김없이 가품으로 나와 판매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C 씨는 백화점 VIP로 평소 반클리프아펠과 까르띠에, 에르메스까지 MZ세대가 선호하는 유명 브랜드의 주얼리를 고루 갖고 있다. 그는 "가끔 가품을 한 사람들을 본다. 내가 하고 있는 제품과 디테일한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보면 '짝퉁이네'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결국 마음가짐 차이다. 가품을 사면 마음속에서 함부로 대하고, 결국 자존감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명품 주얼리를 여러 개 소장한 D 씨는 "짝퉁 주얼리를 산 사람 중에는 반클리프아펠이 뭔지 잘 모르고 예뻐서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디자인은 물론 각인과 시리얼 넘버까지 카피한 불법 모조품이다. 남을 잠깐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은 못 속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영국의 보석 전문 브랜드 그라프의 초대 한국 대표를 지낸 이승규 마이젬 주얼리 대표는 "100년 이상의 역사와 품격, 철학을 가진 명가의 주얼리 브랜드는 결코 똑같이 복사할 수 없다"며 "시리얼까지 흉내 낸 불법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보석을 판매하는 귀금속 업체도 분명히 있다. 소비자가 보석의 가치를 알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1세대 국제보석감정사이자 롯데면세점에서 티파니와 까르띠에 등을 국내 최초로 유치한 보석 전문가다. 그는 "가품을 판매하면 당장은 배를 불리지만, 결코 진짜 보석상은 될 수 없다. 국내에서 세계적인 보석상이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