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감독의 사퇴와 김헌곤의 말소
일간스포츠

입력 2022.08.03 14:25

배중현 기자

김, 허삼영 전 감독이 신뢰
부진해도 꾸준히 1군 출전
구단 운영 경직성으로 연결
박진만 대행 체제서 1군 제외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주장이자 개막전 주전 중견수였던 김헌곤. 예비 FA로 성적에 관심이 쏠렸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 제공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주장이자 개막전 주전 중견수였던 김헌곤. 예비 FA로 성적에 관심이 쏠렸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 제공

 
2019년 11월 4일이었다. 허삼영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구심점을 잡아줬으면 하는 선수'로 구자욱(29)과 함께 김헌곤(34)을 점 찍었다. 허삼영 전 감독은 "선수단의 중심이 되는 연령과 위치가 됐다. (두 선수가) 적극적으로 내년 시즌 움직일 거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헌곤은 2020년 개막전 1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시즌 첫 8경기 타율이 0.087(23타수 2안타)에 그쳤지만, 계속 출전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했다.
 
김헌곤은 자타공인 연습벌레다. 숙소에서도 배트를 휘두를 정도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훈련한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삼성 구단에 오래 몸담았던 허삼영 전 감독은 누구보다 그의 성실함을 잘 안다. 지난해 초 김헌곤이 성적 부진으로 포지션 경쟁에서 밀리자 "외야 자리가 4개였으면 좋겠다"는 말로 에둘러 김헌곤을 격려하기도 했다.
 
지난겨울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로 이적하자 허삼영 전 감독은 공백을 채울 첫째 대안으로 좌익수 김헌곤의 포지션 전환을 언급했다. 김헌곤의 중견수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를 향한 감독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고스란히 느껴진 대목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헌곤은 선수단 투표로 주장을 맡았다. 예비 자유계약선수(FA)인 그가 박해민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느냐가 삼성의 1년 농사를 좌우할 핵심 포인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즌 첫 7경기에 모두 선발 중견수로 출전한 김헌곤의 타율은 0.185(27타수 5안타)에 불과했다.
 
부진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김헌곤의 전반기 68경기 타율은 0.208(202타수 42안타). 출루율(0.238)과 장타율(0.257)을 합한 OPS도 0.489로 낙제 수준이었다. 6월에는 '43타수 무안타'로 2009년 진갑용이 세웠던 구단 기록 '42타석 무안타'를 경신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허삼영 전 감독은 김헌곤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대수비나 대타로 출전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고집스럽게 그의 1군 등록을 유지했다.
 
지난 1일 자진 사퇴로 삼성 라이온즈 감독직에서 물러난 허삼영 감독. 허 전 감독은 누구보다 김헌곤에게 기회를 많이 줬지만 결국 선수단 운영의 경직성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IS 포토

지난 1일 자진 사퇴로 삼성 라이온즈 감독직에서 물러난 허삼영 감독. 허 전 감독은 누구보다 김헌곤에게 기회를 많이 줬지만 결국 선수단 운영의 경직성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IS 포토

 
허삼영 전 감독은 지난 시즌 김상수가 리그 타격 최하위로 추락하자 "휴식을 줄 수 있고 (1군 엔트리 말소 후) 2군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야구를 1~2년 한 것도 아니고 팀의 주축 선수"라며 1군에서 중용했다. 올 시즌에는 강민호와 이원석을 비롯해 타격 슬럼프에 빠진 주축 선수들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보장했다. 김헌곤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선수단 운영에 경직성이 생겼다. 이는 곧 성적 하락으로 연결됐다.
 
박진만 삼성 감독 대행은 지난 2일 김헌곤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감독 대행에 오른 뒤 첫 공식 경기(잠실 두산 베어스전)를 앞두고 엔트리를 조정했다는 건 그만큼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는 의미다. 그뿐만 아니라 선수단 투표가 아닌 감독 직권으로 선수단 주장을 김헌곤에서 오재일로 바꿨다.
 
허삼영 전 감독 체제에서 무한 신뢰를 받던 선수들의 입지 변화가 예상된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헌곤이의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고 (위축된) 심리적인 부분도 고려했다. 퓨처스(2군)에 가서 (경기를 뛰면서) 감각을 살릴 수 있게 보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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