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왼손 투수 숀 모리만도(30·SSG 랜더스)의 KBO리그행이 발표됐을 때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대만 프로야구(CPBL)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거물급 선수 영입을 기대했던 몇몇 야구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모리만도는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빠르게 지워내며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모리만도의 성적은 22일 기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37이다. 피안타율(0.189)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1.09) 모두 수준급이다. 선발 등판한 5경기 중 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SSG는 모리만도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팀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는 '복덩이'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모리만도는 지난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7이닝 2피안타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 안우진(7이닝 6피안타 2실점)과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4회 말 2사까지 퍼펙트로 키움 타선을 꽁꽁 묶으며 KBO리그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이닝 기록(종전 6과 3분의 1이닝)을 갈아치웠다. 최고 149㎞/h까지 찍힌 직구에 컷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노련하게 완급조절을 했다.
SSG 운영팀 관계자는 경기 뒤 모리만도에 대해 "공부하는 선수"라며 "기본적으로 아시아 야구를 존중하는 태도가 좋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모리만도는 SSG와 계약한 뒤 구단이 제공하는 영상 이외의 자료를 추가 요청했다. 등판 전날에는 라커룸에서 상대할 구단의 영상을 틀어놓고 분석하며 직접 게임 노트를 만들어 경기 전략을 짜기도 한다. 구단 관계자는 "전력 분석 회의를 할 때 질문도 많이 한다. (대만에서) 아시아 야구를 경험해보니까 분석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습득력이나 이해력이 좋다"고 했다.
성공에 대한 간절함도 한몫한다. 모리만도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10년을 뛰며 통산 1085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MLB 경험(통산 6경기)은 거의 없다. 고심 끝에 CPBL을 선택했고, 이젠 KBO리그에서 롱런을 꿈꾼다. 여기서 실패하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는 걸 선수가 가장 잘 안다.
구단 관계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마음이 많이 열려 있다. 처음 구단에 왔을 때 체인지업이 약하다고 판단해 스플리터를 권유했다. 그 애길 듣고 스플리터를 굉장히 열심히 훈련하더라"며 "코칭스태프에서 이야기한 걸 시도해보고 바꿔보려고 하는 모습이 점점 더 좋아지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자기 나름대로 조정을 한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큰데 그렇다고 이기적인 선수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모리만도는 "난 KBO리그에서 루키이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선발 전날 TV로 경기를 보면 타자를 눈에 익힐 수 있다. 투수가 던지는 각도에서 타자의 레그킥 유무나 스윙 궤적을 파악할 수 있다"며 "경기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내 목표는 (개인이 아닌) 팀이 이기는 거다. 이를 위해서 전력 분석이나 경기 준비를 더 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