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 원정 경기에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1-2로 뒤진 7회 초 2사 1루에서 SSG 불펜 김택형의 3구째 포크볼을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겼다. 3-2로 역전한 롯데는 4-2로 승리해 이대호의 홈런이 결승타였다.
올 시즌 뒤 은퇴하는 선수라는 게 믿기 어려운 일주일이었다. 이대호는 지난 24일 NC 다이노스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9회 초 대타로 나와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NC가 9회 말 1점을 추격했다는 걸 고려하면 그의 홈런이 결정적인 승리 요인이었다. 타격감은 식지 않았다. 26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선 1-1로 맞선 3회 말 1사 만루에서 개인 통산 10번째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왼쪽 펜스를 훌쩍 넘어 외야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대형 홈런으로 이날의 결승타를 책임졌다.
SSG 전에서 손맛을 보면 일주일 동안 때려낸 홈런 3개, 이 중 2개가 소속팀에 승리를 안기는 결승타였다. 특히 SSG전 홈런이 인상적이었던 건 타구의 질 때문이었다. 중계 화면에 공개된 역전 투런 홈런은 발사각 27도에서 158.6㎞/h의 속도로 펜스를 넘어갔다. 흔히 말하는 '배럴(Barrel) 타구'였다. 배럴은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이상적 타구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 발사각 26~30도와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인 경우가 해당한다. 녹슬지 않은 이대호의 타격 기술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대호는 이날 경기에 앞서 SSG랜더스필드에서 은퇴 투어를 진행했다. SSG는 시즌 뒤 은퇴하는 이대호를 기념하기 위해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에 걸맞은 마패 기념품과 이대호의 프로 데뷔 첫 홈런 기념구, 등 번호 사인볼 액자 등을 선물했다. 이대호는 '빅 보이'라는 애칭처럼 큼지막한 홈런으로 인천에서의 은퇴 투어를 기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