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는 지난 20~21일 나선 SSG 랜더스와의 주중 첫 2연전에서 모처럼 간판타자다운 활약을 보여줬다. 1차전에선 지난 6월 28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처음으로 3안타를 기록했다.
1회 초 2사 2루에서 처음 상대하는 투수 숀 모리만도의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 컷 패스트볼(커터)을 밀어쳐 깔끔한 적시 좌전 안타를 쳤고, KT가 1-4로 지고 있던 9회 초 2사 2루에서도 문승원의 몸쪽 커브를 공략해 적시타를 뽑아냈다. 2차전에선 0-2로 끌려가던 7회 2사 2·3루에서 상대 투수 김택형으로부터 2타점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보더라인에 걸친 공을 힘을 들이지 않고 외야로 보내는 타격 기술, 중요한 시점에 타점을 올려주는 클러치 능력이 빛났다. 이강철 KT 감독도 "한동안 강백호의 타구가 포수 뒤로만 향했다. 최근에 타격 자세를 바꾼 것 같던데, 이후에는 타구가 앞으로 나가는 것 같다. 더그아웃에서 봐도 좋은 결과를 기대되는 타격을 하고 있다"고 반겼다.
올 시즌 강백호는 부상 악몽에 시달렸다. 개막 전엔 오른쪽 엄지발가락 골절 수술을 받아 두 달 동안 재활 치료를 받았고, 6월 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야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한 달만인 7월 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8월 중순 다시 그라운드에 섰지만,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강백호는 복귀 첫 20경기에서 타율 0.197 1홈런 7타점에 그쳤다. 11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는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팀 선배 박병호를 대신해 4번 타자로 나섰지만, 5경기에서 20타수 3안타에 그친 뒤 타순이 재조정되기도 했다.
이미 수차례 겪었던 슬럼프. 강백호는 타격감을 되찾기 위해 그동안 노하우를 돌아봤다. 일단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줬다. 엄지발가락을 완치한 두 번째 복귀 초반에는 오른 다리는 높게 들어 올리는 특유의 레그킥(Leg kick)을 고수했다. 그러나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진 탓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그래서 오른발을 지면에 한 번 찍고 타격하는 토 탭(Toe tap) 타격으로 바꿨다.
이강철 감독이 언급한 변화다. 사실 강백호는 이전에도 타이밍이 안 맞을 때마다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조금씩 자세에 변화를 줬다. 강백호는 "그동안 타점이 필요할 때마다 범타로 물러나서 팀에 너무 미안했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투수들의 공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런저런 노력으로 타격 타이밍도 나아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멘털도 잘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KT 공격을 이끌던 박병호가 이탈한 탓에 강백호를 향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박병호와 비교하는 시선도 늘었다. 강백호는 "내가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박)병호 선배님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싸워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혼자 (박병호 선배의) 자리를 다 메우길 어려울 것이다. 그저 나도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상 공백이 길어 규정타석을 채울 수 없는 강백호는 개인 성적은 관심이 없다. 현재 리그 4위인 KT가 더 유리한 고지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하길 바랄 뿐이다. 그는 "아직 (순위는) 결정된 게 없다. 타격감을 더 끌어올려서 KT가 조금 더 높은 무대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3위 탈환 의지를 드러냈다.
강백호는 22일 대구 삼성전에선 6-6 동점이었던 연장 11회 초 결승 투런 홈런을 치며 KT의 9-7 승리를 이끌었다. 3위 키움은 두산에 2-5로 패했다. KT가 키움은 1경기 차로 추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