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나성범은 개인 타이틀을 따낸 적이 없지만, 공격과 수비·주루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른 활약을 보여준다. 더그아웃 분위기를 살리고, 팀 공헌도가 높은 그를 닮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많다. 사진=KIA 타이거즈 나성범(33·KIA 타이거즈)이 오래전부터 꼽은 롤 모델이 있다. 16년 동안 메이저리그(MLB)를 누빈 뒤 KBO리그에 입성, 적잖은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추신수(40·SSG 랜더스)다.
나성범은 "(추)신수 형을 바라보면서 야구를 했다. 예전부터 (플레이) 영상을 많이 찾아봤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시범경기 기간 추신수와 찍은 사진을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함께 (KBO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나성범과 추신수는 공통점이 많다. 아마추어 시절, 4번 타자·에이스를 맡을 만큼 투·타 모두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 프로 입단 후에는 외야수를 맡았다. 나성범이 MLB 진출이라는 꿈을 키웠던 것도 아시아 출신으로 세계 최고의 무대를 호령한 추신수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하다.
추신수의 길을 좇은 나성범도 어느덧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KBO리그 1군 무대에서 뛴 9시즌(2013~2021) 동안 타율 0.312 212홈런 8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6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12월, KIA와 6년 총액 150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계약은 KBO리그에서만 뛴 선수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이었다.
나성범(왼쪽)과 추신수. 사진=나성범 SNS 캡처 KIA 유니폼을 입고 뛴 첫 시즌, 나성범은 몸값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기준으로 타율 0.317(543타수 172안타) 97타점 90득점 출루율 0.402 장타율 0.510을 기록 중이다. 타격 4개(안타·득점·출루율·장타율) 부분 5걸 안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6.11를 쌓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6위,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인 RC/27은 8.33점으로 3위에 올라 있다. KIA 소속 야수 중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전하며 강인한 몸과 정신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새 동료들의 도움과 KIA팬의 응원을 성공적인 시즌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스프링캠프 참가 전까지도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주장 (김)선빈이나 (양)현종이 형 등 많은 선수가 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덕분에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전 소속팀(NC 다이노스)에서 뛸 때도 KIA팬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올 시즌 (야구를) 못 할 때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더라.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나성범은 팀 내 타점(97개)과 결승타(9개) 득점권 타율(0.324) 모두 1위다. 뛰어난 클러치 능력은 개인 기량으로 볼 수 있지만, 나성범은 이마저도 "주자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가 좋다. 그래서 주자가 더 많이 나가주길 바란다. 7월 29일 SSG전에서 7타점을 올렸는데, 앞 타자들이 출루를 많이 하고 타점을 올릴 상황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KIA '모범 FA' 나성범(오른쪽)과 최형우. 사진=KIA 제공 나성범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고교(광주진흥고) 시절부터 대학(연세대), 프로 입단 뒤에도 항상 그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올 시즌도 '모범 FA'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나성범을 '무관의 제왕'이라고 한다. 아직 한 번도 개인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1년 홈런, 2020년 득점, 2015년 안타 부문에서 2위에 오른 게 최고 순위였다.
나성범은 개의치 않는다. 그는 "물론 성적이 월등한 것도 좋겠지만, 나는 (커리어 애버리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잘하고 싶다. 그런 모습을 나만의 색깔로 만들고 싶고, 팬에게도 그런 선수로 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추신수를 동경하던 나성범은 이제 누군가의 롤 모델이다. 안인산·최우재·박준영 등 NC의 젊은 선수 다수가 그를 롤 모델로 꼽았다. 지난 1월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한 '거포 유망주' 조원빈도 "나성범 선배님을 닮고 싶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팬들이 붙여준 '나스타'라는 대표 별명에 애정을 드러낸 나성범은 엘리트·모범생 등 반듯한 사람으로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남은 야구 인생도 그렇게 보이고 싶다.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만족했다. 이어 그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 그러면 나도 (신수 형처럼) 후배들이 본받고 싶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