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가 경쟁력을 저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IP(지식재산권)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유명 게임사들은 신규 IP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을 내놓기 바쁘다. 올해 특히 심해 최근 응모가 끝난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들이 대부분 기존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이 다수의 신규 IP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게임대상으로 본 신규 IP 빈곤
국내 게임사의 신규 IP 게임의 빈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있다. 바로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이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한해 최고의 게임에 주는 상으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개막 전날 시상식이 진행된다. 올해는 오는 11월 16일 개최되는데, 지난 14일 후보작 접수가 마감됐다.
이번 게임대상 후보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달의 우수게임’ 수상작과 함께 개별 게임사가 신청한 작품이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유력한 후보작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와 ‘히트2’,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과 ‘머지 쿵야 아일랜드’, 컴투스의 ‘컴투스프로야구V22’와 ‘서머너즈워: 크로니클’, 모티프의 ‘대항해시대 오리진’, 하이브IM의 ‘인더섬 위드 BTS’, 위메이드엠의 ‘미르M’, 니즈게임즈의 ‘언디셈버’ 등이다.
이 중 인더섬 with BTS와 언디셈버를 제외하면 모두 기존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들이다.
그래서 올해 게임대상 심사위원들이 어느 때보다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게임대상은 신규 IP 게임에 돌아갔다. 작년 ‘오딘: 발할라 라이징’, 2020년 넷게임즈의 ‘V4’, 2019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2018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2017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등이 모두 새롭게 창작된 신작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파워풀한 신규 IP 게임이 올해 게임대상 후보에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대상작 경향이 기존에 성공한 IP를 재탕해 만든 작품보다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신작에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올해 심사위원들이 머리가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대상이 한국 게임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신규 IP 발굴을 독려하기 위한 측면이 있어 새 IP 게임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그런 점에서 올해는 IP 흉년인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넥슨 신규 IP 다수 개발…대작급에 장르도 다양해
게임사들도 신규 IP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거액의 개발비가 들어가지만,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발에 적극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넥슨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수의 신작 IP 게임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어서다.
그중 개발이 상당히 진행한 것이 ‘퍼스트 디센던트’ ‘워헤이븐’ ‘데이브 더 다이버’ 등이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3인칭 슈팅과 RPG(역할수행게임)가 결합된 루트슈터 장르의 게임으로 PC와 콘솔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언리얼 엔진5로 구현한 실사 같은 비주얼과 다양한 스킨과 커스텀 요소로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캐릭터, 거대 보스를 공략하는 협동 플레이 등이 특징으로, 오는 20~27일까지 스팀에서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한다.
워헤이븐은 ‘백병전의 대중화’를 내세우며 개발하고 있는 PvP(이용자간 대결) 게임이다. 세밀하게 구현한 중세 판타지 전장에서 32명의 전사들이 칼·창 등 냉병기만으로 치열하게 전투한다. 내달 2일까지 스팀에서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PC·콘솔용으로 만들고 있는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이다. 바닷속을 탐험하며 물고기를 잡고 다양한 물품을 수집할 수 있으며, 탐험 이후에는 잡은 물고기로 초밥을 만들어 파는 식당을 경영하는 타이쿤 장르의 재미를 함께 갖췄다. 지난 6월 스팀에서 데모 버전이 선보였으며 오는 27일 얼리 엑세스(미리 해보기)로 출시된다.
한창 개발 중인 신작 IP 게임도 있다. ‘베일드 엑스퍼트’ ‘더 파이널스’ ‘갓썸:클래시오브갓’ ‘아르젠트 트와일라잇’ ‘프라시아 전기’ 등이다.
베일드 엑스퍼트는 시시각각 변하는 전투 환경에서 5대 5로 나뉘어 싸우는 3인칭 슈팅 게임이다. 더 파이널스는 실제 장소를 구현한 가상의 전장에서 팀원들과 적을 상대하는 전투 중심의 1인칭 팀 대전 슈팅 게임이다.
갓썸:클래시오브갓은 다수가 광활한 전장에 동시 접속해 상호작용하는 MMO 특징과 실시간 전략 기반의 시뮬레이션 요소가 결합한 대규모 영토 전쟁 게임이다.
아르젠트 트와일라잇은 애니메이션 같은 카툰 그래픽과 전략적인 턴제 전투를 탑재한 수집형 RPG이고, 프라시아 전기는 전투·협동·경쟁의 집합체인 공성전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차세대 전쟁 MMORPG다.
이처럼 넥슨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신규 IP 게임은 현재 공개된 것만 8종이나 되는데, 하나같이 대작급이다. 8종 중 6종이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PC 및 콘솔용으로 제작되고 있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장르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생소하면서 마니아층이 두꺼운 루트슈터 장르부터 백병전 PvP, 해양 어드벤처, 총싸움, 다중접속온라인전략게임, 수집형 RPG 등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았다.
프라시아 전기를 제외하고 7종 모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넥슨을 비롯해 국내 유력 게임사들의 작품이 한국에서는 히트를 치지만 해외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공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국내에서 통하는 기존 IP에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A 게임사 관계자는 “넥슨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신작들이 대부분 글로벌용이다. 국내보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넥슨은 이들 신규 IP 게임을 올해 연말부터 선보일 예정이어서 내년 글로벌에서의 성과가 기대된다.
또 이는 이정헌 넥슨 대표가 작년 8월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슈퍼 IP 10종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B 게임사 관계자는 “넥슨이 게임사의 본업인 신작 개발에 어느 때보다 진심인 모습이다.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에는 ‘글로벌 게임사’로서 새로운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